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주가 고공행진에 힘입어 상장 10년 만에 전 세계 자동차 부문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됐다. 이를 두고 100년이 넘는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가 지고 전기차 등 신에너지 자동차 시대가 열리는 것을 확인하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발 전기차 수요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2·4분기 실적 호조도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다만 전기차 시장의 경쟁 심화와 미중관계 악화로 주가가 다시 한 번 출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테슬라는 장중 한때 5% 이상 상승하다 전날 대비 3.69% 오른 1,119.63달러로 마감했다. 테슬라의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2,077억달러(약 249조7,428억원)로 글로벌 자동차 시총 1위인 도요타를 넘어섰다. 이날 도쿄증시에서 도요타의 시총은 21조7,185억엔(약 242조8,584억원)을 기록했다.
향후 주가를 가를 것으로 평가돼온 2·4분기 차량 인도 실적도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2일 CNBC에 따르면 이날 테슬라는 2·4분기에 9만650대를 팔았다고 발표했다. 시장 조사업체 팩트셋의 예상치였던 7만2,000대를 훌쩍 뛰어넘는 결과다. 지난 1·4분기 실적인 8만8,400대보다도 크게 상승했다.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에 테슬라 주가는 이날 선물시장에서 10% 가까이 올랐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종목으로 꼽히는 테슬라는 지난 2010년 상장 이후 성장세를 지속해왔다. 위기도 있었다. 2018년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테슬라 전기차 ‘모델X’의 사고와 흑자전환에 대한 우려로 파산경고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 공장 가동으로 전기차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면서 주가가 급격히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올해 초 주가가 300달러선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중국에서의 견조한 수요가 확인되며 주가는 올 초 대비 3배 가까이 상승했다.
다만 테슬라 주가가 고평가돼 있고 하반기 중 급락할 수 있다는 예상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주가 움직임에서 가장 큰 변수는 미중관계다. 월가 전문가들은 현재 테슬라가 직면한 많은 위험 중 미중관계 관련이 가장 높은 만큼 중국과의 관계 악화는 테슬라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테슬라가 1·4분기에 1,600만달러의 이익을 낸 것이 3억5,400만달러에 달하는 규제 크레디트 판매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은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 기여한 업체에 일종의 포인트를 준다. 테슬라는 무공해 전기차를 만들기 때문에 정부에서 크레디트를 받는데 이를 배출규제를 못 맞추는 다른 기업에 판매할 수 있다. 핵심사업과 관계없는 분야에서 얻은 이익이 더 크다는 얘기다.
고든 존슨 GLJ리서치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는 전기차의 각축장인 노르웨이에서 지난해 1·4분기 37%였던 점유율이 올 2·4분기에 4%로 떨어졌다. 이는 BMW·벤츠 같은 경쟁상대 때문”이라며 “규제 크레디트가 길어야 내년 중반에는 종료되는 점을 고려하면 테슬라 주가는 하반기에 무너지고 내년에 자금조달을 위해 시장의 문을 두드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증시 자체의 흐름도 테슬라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월가에서는 뉴욕증시가 하반기에도 계속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유동성이다. 알렉스 엘리 매쿼리델라웨어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우리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로부터 무제한의 지원을 받고 있다”며 “유례없는 통화·재정정책으로 강세장은 올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점쳤다.
JP모건은 통화와 재정정책에 미 증시의 전반적 상황을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3,400까지 간다고 보고 있다. 이날 S&P500은 3,115.86에 마감했다. 마르코 코라노비치 JP모건 마켓헤드는 “우리에게는 부양책이 있으며 현재 코로나19의 2차 유행이 일어나고 있지만 사망률은 훨씬 낮다”면서 “다른 데이터를 봐도 지금이 3월이나 4월보다 증가폭이 작다”고 말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박성규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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