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냉증을 체질 문제나 노화에 따른 현상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수족냉증은 다양한 질환과 동반되어 나타나므로 혈액순환제만 복용하며 방치할 경우 원인 질병이 악화할 수 있다. 또 여러 질병의 합병증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증상 초기에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손발에 혈액공급 줄면서 냉증 느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매년 10만명 이상의 환자가 수족냉증으로 진료를 받는다. 수족냉증은 청소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나타난다. 특히 40세 이상 여성에게 흔하다. 원인은 임신·출산·폐경 등 호르몬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위 등 외부 자극에 교감신경이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혈관이 수축, 손발에 혈액 공급이 줄어 차가운 감각을 느끼기 때문이다.
수족냉증은 단독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다른 질환과 동반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혈관이 확장되면서 붉게 변하는 레이노증후군, 흡연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버거씨병, 류마티스 질환, 디스크(추간판탈출증), 말초신경염, 말초동맥질환, 손목터널증후군,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으면 수족냉증이 함께 나타난다. 따라서 다른 질병과 감별을 위한 검사가 필요하다. 갑상선기능검사, 염증 관련 수치 등을 포함한 혈액검사, 의심되는 원인에 따른 각종 질병에 대한 신경전도·근전도·도플러 검사, 손톱 미세혈관검사 등을 시행한다.
◇수족냉증 악화시키는 여름철 냉방병
여름철 냉방병은 수족냉증 증상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다. 냉방병은 의학적으로 뚜렷이 정의된 질병은 아니지만 냉방 중인 실내에서 오랜 시간 머물 때 인체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여러 임상증상을 말한다.
평소 수족냉증이 있다면 혈류의 변화로 얼굴이나 손발에 차가운 감각이 느껴지거나 반대로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한다. 추위를 느낄 때 체내에서는 계속 열을 생산하기 때문에 쉽게 피로해진다.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 두통이 생기거나 어지럽고 졸릴 수 있다. 근육수축 불균형으로 무기력감·근육통도 발생한다. 평소 소화기 계통이 예민한 사람들은 위장관운동의 변화로 소화불량·복통·설사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여성이라면 호르몬의 영향으로 생리불순이나 생리통이 심해지기도 한다.
냉방병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우리 몸이 바깥 기온과 실내 냉방으로 인한 심한 기온 차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서다. 온도차가 과도한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말초혈관이 급속히 수축돼 혈액순환의 이상과 함께 자율신경계 기능이 변화한다. 둘째, 실내 냉방을 위해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아 실내 화학물질로 인해 발생하는 두통이나 눈·코·목 등의 건조증과 따가움, 가슴 답답함, 어지럼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셋째, 에어컨 냉각수나 공기가 레지오넬라균에 오염돼 냉방기를 통해 사람들을 감염시켜 노약자나 면역 기능이 약해진 사람에게서 감염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냉방병 초기 증상 코로나19와 비슷
냉방병으로 인한 수족냉증 예방하려면 아무리 덥더라도 에어컨 설정온도를 확인하고 외부 온도와 2~6℃ 이상 차이나지 않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26~27℃일 때는 2℃ 낮게, 28~29℃일 때는 3℃ 정도 낮추자. 기온이 30℃일 때는 4℃, 31~32℃일 때는 5℃, 그리고 33℃가 넘으면 6℃ 정도 낮추는 것이 적당하다.
에어컨 송풍 방향은 사람이 적은 방향으로 맞추자. 찬 공기가 직접 몸에 닿지 않도록 긴 소매 옷을 덧입거나 양말을 신는 것도 방법이다. 2~4시간마다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따뜻한 물을 틈틈이 마시며 손발 뿐만 아니라 몸 전체를 따뜻하게 하자.
혈관 수축의 원인이 되는 담배는 끊고 간접흡연도 피하자. 카페인 함유 음료인 커피나 콜라, 음주는 적정량만 마신다. 피임약·편두통약·심장약·혈압약 중 혈관 수축과 관련된 약물은 전문의와 상의해 다른 종류도 대체한다. 혈액순환을 돕는 유산소운동은 주 3~5회 이상 30분씩 꾸준히 하는 게 좋다.
수족냉증 환자 뿐만 아니라 고혈압, 심장질환, 당뇨병, 호흡기질환, 관절염 등 만성질환자도 냉방병에 취약하다. 아무리 덥더라도 에어컨 설정온도를 확인하고 외부 온도와 5℃ 이상 차이나지 않게 한다. 올해는 냉방병 초기 증상이 코로나19와 비슷하므로 고열·기침·근육통 등 증상이 심한 경우 다른 질환과 감별하기 위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권길영 노원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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