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시행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일이 물 건너갈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시 주석과 일본에서 만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홍콩보안법 강행으로 중국이 인권을 침해했다는 집권당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아베 총리도 결단의 순간에 직면한 것이다. 한국 정부 역시 시 주석의 방한을 추진해온 만큼 시 주석의 방일 취소 여부를 두고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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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자민당, 아베 총리에 시진핑 방일 취소 결의
3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집권 자민당은 중국의 홍콩보안법 시행을 비난하면서 시 주석의 국빈 방일 취소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작성했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5월에도 홍콩 정세를 우려하는 결의문을 낸 자민당은 이번 홍콩보안법 시행에 맞춰 새 결의문을 정리했다. 나카야마 야스히데 자민당 외교부회장이 이날 오후 총리 관저를 방문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에게 새 결의문을 전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민당은 이번 결의문에서 “걱정하던 사태가 현실로 된 지금, 이 상황을 방관할 수 없다”며 홍콩보안법 시행 직후 체포자가 나오는 데 대해 ‘중대하고 심각한 우려’의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홍콩에서 자유, 인권, 민주주의라는 기본적 가치가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며 “국제금융센터로서의 홍콩 지위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당초 지난 4월 예정됐다가 코로나19로 인해 무기한 연기된 시 주석의 국빈 방일을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 자민당의 요구다. 집권 자민당에서 시 주석의 방일을 공식적으로 재차 문제 삼은 만큼 시 주석의 방일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장관은 홍콩보안법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통과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의 방일을 재검토할지에 대해 “현 시점에선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하는 단계가 아니”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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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치적 쌓으려던 아베 '곤혹'
여당과 달리 일본 정부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아베 신조 총리가 시 주석의 방일 이벤트를 자신의 정치적 치적으로 삼으려 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시 주석의 국빈 방일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새로 규정할 역사적인 다섯번째 정치문서(제5의 정치문서)를 발표해 정치적 유산으로 내세울 심산이었다. 제5의 정치문서는 1972년 국교 정상화에 합의한 중일 양국이 정상 간 합의를 거쳐 내놓을 5번째 문서를 의미한다.
중국과 일본은 1972년 중국의 전쟁배상 청구권 포기 등을 골자로 하는 첫 번째 정치문서인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국교를 정상화했다. 이어 1978년 선린우호, 상호 불가침, 내정 불간섭, 패권 불추구 등을 핵심으로 하는 평화우호조약을 맺었고, 1998년에는 평화와 발전을 위한 우호협력 파트너십을 규정한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마지막으로 2008년에 전략적 호혜 관계를 바탕으로 상호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4번째 정치문서로 발표했다. 이 가운데 3, 4번째인 1998년과 2008년의 정치문서는 각각 장쩌민, 후진타오 당시 국가주석의 국빈 방일에 맞춰 발표됐기 때문에 5번째 문서도 시 주석의 방일에 맞춰 나올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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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카쿠 열도 신경전 격화..."중국 잠수함 보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을 둘러싼 양국 간 신경전도 시 주석의 방일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동안 중국은 일본이 실효 지배 중인 센카쿠 열도 인근에 선박을 여러 차례 보내면서 자극을 해왔는데 최근에는 잠수함을 내보내 한층 대응 수위를 높였다.
이는 일본 오키나와현 이시가키 시의회에서 센카쿠열도의 주소에 ‘센카쿠’라는 표기를 추가하도록 지난달 22일 규칙을 바꾼 데 따른 대항 조치의 성격이 짙다. 중국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 일본 우익 진영은 현재 무인도인 센카쿠 열도를 유인도로 만들자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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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방한에도 영향 미칠까
시 주석의 방일마저 무산될 경우 국제 사회에서 중국은 더욱 코너에 몰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을 추진 중인 한국 정부가 느낄 부담감이 커질 전망이다.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통화를 통해 연내 시 주석의 방한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시 주석은 통화에서 “금년 중 방한에 대한 굳은 의지는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문 대통령은 “한중 관계에 시 주석의 방한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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