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문재인 대통령의 ‘저격수’였던 박지원 전 국회의원이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깜짝 발탁된 데는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측은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인사를 두고 “지난 일은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5일 기자들과 만나 “박 후보자를 낙점한 것은 오로지 문 대통령의 결정”이라며 “대통령은 선거 때 일어났던 과거사보다는 국정과 미래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3일 국정원장 후보자로 내정된 박 전 의원은 문 대통령과의 악연이 깊은 편이다. 박 후보자는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자리를 놓고 문 대통령과 경쟁을 벌였다. 당시 박 후보자는 문 대통령에게 ‘부산 친노’, ‘패권주의자’ 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박 후보자는 결국 문 대통령에게 패했다.
박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문 대통령을 매일 아침 공격했다.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문모닝’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야권 인사 중에서도 껄끄러운 관계인 박 후보자가 문 대통령의 새로운 외교·안보 진용에 포함되자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그런 평가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겠다”면서도 “국정과 미래를 더 중시했다. 지난 일은 개의치 않은 것이 이번 인사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자가 낙점된 시기는 지난 6월 17일 문 대통령과 외교·안보 원로와의 청와대 오찬 이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문 대통령은 박 후보자를 포함한 원로들과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악화일로인 남북관계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원로 오찬이 (후보자 내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뜻은 전혀 아니”라면서 “박 후보자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너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어 “인사 검증기간을 포함하면 보름 이상 걸렸다”며 “이 기간 동안 보안이 유지될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박지원 후보자 본인”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본인에게 이런저런 언론 취재가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혀 새어나가지 않았다”며 “박 후보자가 스스로 당일까지 철저히 보안을 유지한 것이고 발표 15분 전까지 생방송에 출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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