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우리나라 산업의 붕괴와 위기감은 전대미문 수준이다. 이 위기를 돌파하고 성장과 고용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대안은 벤처창업 육성과 국가혁신이다.
우리나라에 벤처기업이 등장한 것은 20년 전 국가 경제의 최대 위기로 기억되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사태 직후다. 세계 최초의 벤처기업특별법 제정과 코스닥 설립을 발판으로 당시 한국은 세계 최고의 벤처생태계를 구축했고 이스라엘과 중국 등이 한국을 배우러 몰려왔다.
1997년 제정된 벤처기업특별법에 의해 벤처확인제도가 시행됐고 벤처창업에 관련된 자금·입지·인력의 체계적인 지원 인프라도 구축됐다. 이후 벤처기업특별법은 수차례의 개정을 거치면서 한국 벤처 지원 정책의 중심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초기 벤처확인제도는 기술 인증 위주의 벤처확인 체계로 운영됐으나 이후 벤처 인증이 ‘보증·대출’ 유형으로 전환되면서 고위험·고성장의 벤처가 저위험·저성장의 벤처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벤처·스타트업 지원 정책은 창업 초기기업에 더욱 절실하나 기업의 안정성과 재무성 심사를 거치면서 창업 초기보다 업력이 긴 안정된 기업이 벤처기업의 다수를 차지한다는 비판이었다.
그동안 벤처육성정책이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을 선별해 지원하는 데 집중됐다면 향후에는 제4차 산업혁명과 비대면 산업 등 글로벌 신조류에 부응해 발 빠르게 신산업·신시장을 선점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난달 정부는 벤처기업확인제도를 공공기관 확인에서 민간 확인으로 전면 개편하고 민간 주도의 벤처기업 선별을 위한 벤처확인기관으로 벤처기업협회를 지정해 3년 동안 역할을 수행한다고 발표했다. 벤처다운 혁신기업을 선별하기 위해 기존의 보증·대출 유형을 폐지하고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벤처기업확인위원회에서 기업의 혁신성과 성장성을 평가해 벤처확인을 하게 된다.
또 투자를 받아 벤처기업이 되는 벤처 투자자 범위와 기업 내부의 연구개발(R&D) 조직 범위를 확대해 우수한 혁신성과 높은 성장잠재력을 보유한 기업이 벤처기업으로 확인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초 벤처기업특별법이 시행된 후 대한민국은 큰 변화를 겪었다. 벤처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일부 기업인의 일탈도 있었다. 그러나 그 사이 제도와 인프라가 갖춰지고 벤처업계의 자정능력도 생겨났다. 최근에는 벤처 투자 규모도 큰 폭으로 확대되고 기존 첨단제조가 주력이던 벤처창업 분야도 4차 산업혁명과 바이오·서비스·비대면 분야로 다양하게 발전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 대안 기업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20년 만에 이뤄지는 민간주도 벤처확인제도 개편안을 마련한 정부의 노력을 벤처·스타트업계는 적극 환영한다. 이번 개편을 계기로 민간과 정부가 협력해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벤처생태계를 구축하고 국가 경제의 신성장동력을 제공하는 혁신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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