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적 폭행과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당시 23세) 선수의 아버지가 경주시와 경찰, 대한체육회 등이 최 선수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 동안 “가해자들은 증거인멸하고 말 맞추기를 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최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씨는 6일 오전 전파를 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숙현이를 죽음으로 몰고 간 가장 큰 원인이 (경찰과 대한체육회 등의 2차 가해) 아니겠나 이런 생각이 든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씨는 ‘최숙현 선수가 숨기기 네 달 전부터 경주시, 경찰, 인권위, 대한체육회 등 무려 6군데나 도움을 요청했는데 조사가 지지부진한 건 왜 그랬다고 보시냐’는 질문에 “녹취록도 증거로 다 제출하고 통장 거래 내역서도 제출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숙현이한테는 항상 ‘(가해자들이) 부인한다’ ‘더 증거가 없느냐?’는 식으로 정신적으로 압박을 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처음에 경주시청에 민원을 넣으러 갔을 때 숙현이가 운동을 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해 줬는데 한 2주 정도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며 “그래서 제가 전화를 해서 ‘조사는 잘 진행하고 있습니까? 하니까 그 팀장이라는 분이 ‘아니, 지금 뉴질랜드 수 천 만원 예산 들여서 전지훈련 보냈는데 그럼 당장 귀국시켜서 조사할까요?’ 이렇게 대답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가 ‘감독이라도 불러서 사실 확인을 해야 되지 않느냐’ 하니까 ‘감독이 나오면 선수들이 훈련이 됩니까?’ 하면서 좀 큰소리로 얘기했다”며 “그러면 ‘제가 고소해도 되겠느냐’ 하니까 ‘고소하세요’ 그래서 제가 고소장을 접수하게 됐고, 트레이슬론 연맹에서는 움직이지도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씨는 “트레이슬론 연맹은 (진정에도) 전화 한 번 온 적이 없었다”며 “그래서 너무 힘들어서스포츠인권센터(대한체육회 산하)에 진정서를 한 번 더 제출했고, 거기에 접수를 해서 사안이 심각하니까 조사를 진행했다”고 했다.
하지만 조사는 빨리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최씨는 “숙현이 죽기 전까지도 결정을 못 내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결국 최 선수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 최씨와 최 선수의 어머니는 가해자들에게 여러 번 연락을 했지만, 모두 모르쇠로 일관했다. 최씨는 “숙현이 엄마가 장례 치르고 그다음 날 실성을 해서 (제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혼자 숙현이 찾아간다고 낙동강 다리를 건너갈 때 제가 엄청 놀랐다. 완전히 우리 집은 파탄났다”며 “그때 제가 너무 분해서 장 모 선수 어머니한테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딸 이렇게 만들고 너희들은 다리 펴고 잘 잤느냐, 좀 강력하게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끊었다”며 “전화를 끊고, 전화를 계속해도 장 선수하고 그 어머니하고 아버지하고 다 전화를 안 받았다. 감독한테도 전화를 해도 안 받고. 그래서 이렇게 열심히 싸우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과거 최 선수가 받았던 장 모 선수에게 받았던 가혹행위에 대해선 “그 여자 선배가 남자 후배를 시켜 ‘직접 때려라’고 지시해 후배(남자선수)가 숙현이 동료에게 각목으로 피멍이 들 정도로 때린 적도 있었다”며 “숙현이도 밀대 자루로 피멍이 들도록 맞았다고 얘기하고 그랬다”고 밝혔다.
또 최씨는 “일본 대회를 갔었는데 애가 배가 고파서 완주를 못했다. 하도 배가 고파서 숙소에서 음료수 하나 사먹었는데 그걸 감독이 본 것 같다”며 “현지인들이 있는 데서 좀 엄청나게 맞은 것 같다. 현지인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그렇게 심하게 맞았다고 얘기를 하더라. 진짜 많이 고통을 당한 것 같다”고 분노했다.
녹취록에서 주도적으로 최 선수에게 폭력을 행사한 팀닥터 안모씨와 관련해서도 충격적 사실을 털어놨다. 최씨는 “팀닥터가 숙현이 심리치료를 한 뒤 다른 남자동료들한테 ‘쟤는 내가 심리치료를 해서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가서 애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의사 면허도 없고 물리치료사 자격도 없는데. 의사가 아니니까 그런 소리를 했을 것이다. 선수 부모들끼리는 ‘쟤 돌팔이가 아니냐’ 의심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팀 닥터) 본인도 (미국 유학을 다녀온 의사다라고) 하고 주위 분들도 그렇게 얘기를 하고 (동료선수 부모 모두) 그렇게 알고 있었다”며 “선수 몸관리 비용으로 한 달에 100만원씩 팀 닥터 앞으로 입금했다. 심리치료비는 별도로 줬다. 팀 전체 선수들에게 다 그렇게 했다”고 전했다.
최씨는 마지막으로 “앞으로 제2의, 제3의 숙현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사건 철저히 수사해서 가해자들, 엄벌해 달라”며 “숙현이가 받던 고통, 가해자들도 수십 배, 수백 배 받을 수 있도록 엄정 수사를 해서 좋은 결과를 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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