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24)씨를 미국에 보내지 않기로 법원이 결정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소비자 수사에 손씨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법원의 이번 송환 불허 결정은 최근의 인도심사 청구 사례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경우여서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0부(강영수·정문경·이재찬 부장판사)는 손씨의 인도를 불허하기로 하면서 ‘임의적 거절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에 따르면 범죄인 인도 청구를 거절할 사유는 크게 절대적 사유와 임의적 사유로 나뉜다. 절대적 사유는 범죄인을 인도해서는 안 되는 사유를, 임의적 사유는 범죄인 인도를 거절할 수 있는 사유를 뜻한다. 절대적 사유가 있으면 무조건 범죄인 인도를 거절해야 하지만, 임의적 사유가 있는 경우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인도를 허용하거나 거절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먼저 손씨에게 절대적 인도 거절 사유가 없다고 봤다. 절대적 사유에는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만료되거나 국내 법원에서 재판 중인 경우,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이유가 없는 경우 등이 있는데 손씨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손씨가 임의적 거절 사유 가운데 하나인 대한민국 국민인 점을 고려해 손씨를 인도하는 것이 적절한지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이 우리 사회의 지대한 관심과 주목을 받은 원인은 무엇보다도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범죄가 국제적으로 지탄받는 반인륜적이고 극악한 범죄임에도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할 정도로 적정하고 실효적인 형사처벌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청구인인 검사도 인정했듯이 범죄인을 더 엄중하게 처벌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는 것이 범죄인 인도 제도의 취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웰컴 투 비디오’ 관련해 진행 중인 국내 수사를 순조롭게 진행하려면 손씨로부터 정보를 얻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한국인 회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아동·청소년 음란물 관련 범죄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손씨의 신병을 국내에서 확보해 수사 활동에 필요한 정보와 증거를 추가로 수집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과거 범죄인 인도 청구가 정치범을 제외하면 대부분 받아들여졌던 점을 고려할 때 법원의 이번 결정은 이례적인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10년 동안(2010∼2019년) 서울고법이 인도심사 청구 결정을 내린 사건 총 30건 가운데 불허 결정은 정치범인 중국인 류창(劉强)씨 사건 1건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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