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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로 돌아온 강지영 "지난 5년, 결코 헛된 시간은 아니었어요"

배우 강지영이 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열다섯 살이던 2008년, 걸그룹 카라로 데뷔해 정상에 섰던 강지영은 스무 살이 되던 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무작정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위해 홀로 영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일본에서 배우로 또 다른 도전을 시작, 5년의 시간이 흘렀다. 강지영은 자신의 선택과 도전을 “결코 헛된 시간은 아니었다”고 자신했다.

JTBC ‘야식남녀’ 종영 후 만난 강지영은 국내 공백기 동안 홀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며 한층 성숙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를 꺼냈다.

“5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그룹 활동을 끝내고 혼자 활동을 하면서 많은 걸 느꼈죠. 혼자가 되니까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움을 받고 있었는지 알겠더라고요. 스무 살 즈음에 카라를 탈퇴하고 영국에 간 뒤 스스로 스케줄을 짜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주변에 항상 있었던 사람이 사라지고, 데려다 주고 데리러 오는 이들이 없으니 멘붕이 온 거죠. 영국에 갈 때 아버지가 편지를 써주셨는데 ‘사는 게 그리 쉽지는 않지만, 어렵지도 않다. 내일 할 일을 전날 정하고 일기를 쓰면서 하루하루를 만들어 가라’라는 말이 있었어요. 그 말이 정말 많이 와 닿았어요. 그래서 항상 힘들 때 그 생각을 해요.”

“영국에서 반 년 정도 있다가 일본으로 갔어요. 어떻게 인연이 돼서 일본 소속사와 만났고,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를 두고 특별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뭔가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한국에서 바쁘게 활동하며 지냈던 것에 지친 것도 있어서, 새로운 환경에 있어 보고 싶었어요. 이후 일본에서 배우를 하겠다고 한 결정에는 사실 큰 이유는 없었어요. 일본어를 살짝 할 수 있고 연기를 하고 싶으니까 해봐야겠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후회는 절대 안 해요. 내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하고 ‘무슨 노력을 해야 하지?’ 생각했어요. 언어가 제일 큰 부담이었지만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가족들 도움 없이 홀로 생활하면서 오히려 강해지더라고요. 힘든 시간이었지만 뿌듯해요.”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하는 시간이었지만 정작 강지영은 순식간이었다고 한다. 그 시간 속에는 6년 동안 동고동락해왔던 카라 멤버들이 있었다. 이제는 각자의 자리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같은 배우의 길을 가게 된 멤버들의 존재 자체가 큰 버팀목이 됐다.

“멤버들도 가끔씩 일본에서 활동을 해서 저를 만나러 와줬어요. 우리끼리 만나면 일 얘기는 많이 안 해요. 이번에 (한)승연 언니한테 모니터 했다고 연락이 오긴 했는데, 일 얘기보다는 옛날 얘기를 많이 하죠. ‘우리 활동할 때 이랬었지’라는 이야기들이요. 서로 작품도 많이 찾아봤는데 흠잡을 게 없더라고요. 우리 팀이 다 연기를 잘 하는구나 싶었어요. (박)규리 언니, 승연 언니는 아역배우 출신이기도 하고요.”

강지영은 일본에서 배우로 데뷔하고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국내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영화 ‘암살교실’에서 금발의 여교사로 고용된 암살자 역할을 맡아 섹시한 이미지에 도전했고, 영화 ‘전부 짝사랑’에서는 파격적인 남장 연기를 펼치며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2일 국내에도 개봉한 영화 ‘으라차차! 마이 러브’에서는 100kg가 넘는 소녀 연기를 위해 3시간 이상 걸리는 특수 분장을 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당장 일본에서 활동할 때 시작하자마자 일본인 역할을 할 수는 없었어요. 일본에서도 카라의 지영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역할이 한정적이었죠. 행운이라고 생각했던 게 제가 했던 역할들이 다 원작이 잘 된 드라마나 영화여서 이슈가 됐었어요. 일부러 특이한 역할을 선택한 건 아니고, 그 시기에 나와 맡는 캐릭터가 나타나서 소화할 수 있던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역할들이 이상하게 보였을 수도 있지만 배우로서 연기도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에 행운이죠.”

사진=양문숙 기자


5년간 ‘배우 강지영’으로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달려왔지만, 국내 활동에 대한 목마름이 없을 수는 없었다. 일본 활동 기간 중에도 국내 복귀를 틈틈이 노려봤으나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지금의 소속사인 키이스트와 인연이 닿아 드라마로 한국에 복귀할 수 있었다.

“막상 일본에서 활동하다 보니까 국내 활동에도 욕심을 가졌는데 시간이 없더라고요. 일본에서 작품 하나 하면 몇 개월인데, 그렇게 하다 보면 타이밍을 잡기 힘들었어요. 한국 활동 하면서 일본 활동을 병행하는 건 어려울 것 같고, 국내에서 자리를 잡아서 큰 기회가 생긴다면 다시 돌아가서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당분간은 국내 활동을 집중적으로 하고 싶어요. 일본어로 작품을 하다 보니까 한국어로 연기를 해보고 싶더라고요. 어렵게 일본어를 배우긴 했지만, 일본어 연기도 이렇게 행복하고 재밌는데 한국어로 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한시라도 어릴 때 한국을 돌아가서 활동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강지영이 복귀작으로 선택한 작품은 배우 정일우, 이학주와의 삼각 로맨스를 그린 ‘야식남녀’. 극 중 김아진 역을 맡은 강지영은 당차고 열정적인 계약직 PD를 연기했다. 그는 이학주(강태주 역)와 함께 거짓말로 게이 행세를 하는 정일우(박진성 역)를 사랑하게 돼 혼란을 겪는 모습을 그려냈다.

“오랜만에 복귀하는 만큼 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천천히 이것저것 알아보고 오디션도 봤어요. 고민하는 와중에 ‘야식남녀’ 대본을 읽었는데 신선하고 재밌었죠. 특히 김아진이라는 캐릭터에 많은 매력을 느꼈고요. 어떤 일이 있어도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강한 모습, 일에 대한 애정,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친구더라고요. 이번에 내가 아진이를 겪고 나면 또 성장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국내에서 복귀했을 때 주인공은 바라지도 않았고 연기할 수 있다면 어느 작품이라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감사하게도 주인공을 맡게 됐어요. 여자 주인공이라는 데 부담감이 크게 다가왔어요. 특히 국내 첫 복귀작이라서 많이 애정이 갔고, 혹시 내가 잘했나 못했나 그런 의심이 들기도 하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이렇게 더 해 볼 걸 이런 생각도 들고 시원섭섭해요.”

로맨스 연기를 펼친 강지영과 정일우는 극 중 동갑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각각 1994년생, 1987년생으로 일곱 살 차이가 난다. 이로 인해 처음에는 어색함이 뒤따랐다. 그러나 그도 잠시, 정일우 덕분에 금세 서먹했던 분위기가 풀어지고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사실 지금도 이상하긴 해요. 일곱 살 차이가 나는데 ‘야야. 친구 먹자’라고 하니까요. 그래도 (정)일우 오빠가 현장에서 장난도 쳐주고 편하게 해줘서 분위기가 유화된 것 같아요. 로맨스 연기도 저보다 경험이 많으시잖아요. 그래서 그냥 모두 맡기고 기댔어요. 진한 키스신 장면도 따로 맞추지는 않았어요. 그냥 진성(정일우)이가 이끌어 주는 대로, 아진(강지영)이가 하고 싶은 대로 흘러가게 뒀어요.”

사진=양문숙 기자


‘야식남녀’는 사전 제작 드라마로, 6월 초 모든 촬영이 마무리됐다. 원래 사전 제작인지라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편성 문제와 강지영의 교통사고 때문에 촬영 스케줄이 꼬이기도 했다. 지난 4월 ‘야식남녀’ 촬영을 마치고 귀가하던 그는 신호 위반을 한 음주운전자의 차에 사고를 당했다. 강지영은 얼굴까지 부상을 입었지만 자신보다 작품 걱정이 더 앞섰다.

“상대방이 잘못한 거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고, 빨리 나아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사실 생각보다 큰 사고였어요. 다행히도 큰 사고 치고 많이 안 다친 거였어요.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몸이 아픈 것보다 얼굴이 다쳐서 일주일 정도 촬영이 미뤄졌어요. 그래서 빨리 나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통원치료를 했죠. 방송 날짜가 정해져 있어서 연출부에서도 걱정을 했고, 저도 저 때문에 작품에 피해 입힐까 봐 걱정했어요. 신기하게도 빨리 나아서 다행이었죠.”

이처럼 강지영은 복귀작이자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주연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고, 그만큼 공을 들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야식남녀’는 첫 방송 시청률 1.5%로 시작해 최종회 0.4%로 마무리하게 됐다. 시청률 이야기가 나오자 “아쉽다”는 말부터 터져 나온 그는 이후 OTT 서비스를 통해서라도 많은 시청자들이 작품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안 아쉽다면 거짓말이에요. 여자 주인공으로 발탁되고 많은 분들이 믿고 함께 해주셨는데 혹시라도 나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도 우리들끼리는 ‘숫자는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끼리 재밌고,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까 그런 것은 신경 쓰지 말자’고 했어요. 속상하기도 한데, 한 편으로는 나중에 이슈가 되지 않을까 기대도 해요. ‘야식남녀’가 진짜 재밌거든요. 결과물이 잘 나왔기 때문에 충분히 자신 있어요.”

국내에서 배우로서 한 발을 내디딘 강지영은 이제 본격적으로 국내 활동에 집중한다. 대신 가수로서의 모습을 보기 힘들어질 것 같다. 배우로서 롤 모델은 정유미. 정유미처럼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연구하는 배우로 각인되고 싶다.

“일본에서는 우연히 드라마 OST를 할 기회가 있어서 하다 보니 솔로 제안을 해주셨어요. 처음에는 OST만 하고 싶었는데 찾아주시는 팬들도 있다 보니까 욕심을 조금 냈었죠. 그런데 사실 가창력에 대해 그렇게 자신 있는 편이 아니라서, 이벤트성은 재밌겠지만 솔로 중심으로 하는 건 없을 것 같아요.”

“‘라이브’라는 드라마에서 정유미 선배님을 인상 깊게 봤거든요. 정유미 선배님이 하는 역할은 다 매력 있더라고요. 다양한 역할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서 그런 모습이 매력 있고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연기적으로 캐릭터를 딱히 가리는 건 없고 다 해보고 싶어요. 액션 장르라든지, 더 진한 로맨스 같은 것도 좋고, 가족 이야기 같은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욕심쟁이라서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요.”

사진=양문숙 기자


/추승현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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