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선수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선수에 대한 가혹행위와 폭행은 어떤 말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구시대의 유산”이라며 “이번이 불행한 사건의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심석희 쇼트트랙 선수의 폭로로 정부가 스포츠 인권침해 대책을 내놨지만 유사한 사건이 반복되자 체육계의 고질적인 폭력 문화를 근절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체육계는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낡고 후진적인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체육계의 폭행, 성폭행 등의 사건들의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 선수들”이라고 진단한 문 대통령은 국가대표 수영선수 출신인 최윤희 문화체육부 차관을 언급하며 “보다 더 큰 역할을 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체육계의 ‘성적 지상주의’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인식과 문화부터 달라져야 한다”며 “메달이 최고의 가치가 아니”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성적이 선수의 행복보다 중요하지 않다”며 “선수가 경기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훈련에 가혹행위와 폭행이 따른다면, 설령 메달을 딴다 하더라도 값진 일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비극적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와 합당한 처벌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피해자가 경찰과 협회, 대한체육회, 경주시청 등을 찾았으나 어디에서도 제대로 된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는 것도 그것이 사실이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불참으로 불발된 노사정 최종 합의에 대해선 “협약이 체결됐다면 사회적 대타협의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대단히 아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노사정 대표자들이 긴 논의 끝에 조금씩 양보하며 잠정 합의에 이른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며 적지 않은 성과”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에는 고용유지 지원방안,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 등이 담겼지만 민주노총 측은 추상적 문구에 그친다며 반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민주노총도 협력의 끈을 놓지 말아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하며 “변화하는 환경에 걸맞게 이제는 과거 산업화 시대의 대립적 노사 관계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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