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남성 A씨는 지난 2018년 5월 서울 종로구 집 인근 공터에 자신의 승용차를 대 놓고 있었다. 차를 운전하려고 공터에 나가보니 바로 앞에 다른 차량 한 대가 주차돼 있었다. A씨는 차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해서 차를 빼 달라고 부탁한 뒤 기다렸지만 차량 주인은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야 나왔다. 차량 주인은 30대 여성 B씨였다. A씨는 B씨가 나오자마자 거세게 항의부터 했다. B씨는 자신의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주장하다가 말다툼으로 번졌다. B씨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자 A씨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던 중 B씨가 갑자기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리고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A씨가 촬영을 중지해달라고 요구했지만 B씨는 응하지 않았다. 외려 A씨가 차량에 탑승하려고 이동하는 중에도 팔을 뻗으면 닿을 정도의 거리에서 얼굴을 찍고 있었다. 결국 A씨가 그만 찍으라며 손으로 B씨가 휴대전화를 잡고 있는 손을 잡아 흔들고 밀쳤다. A씨는 폭행죄로 기소됐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무죄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단독 인진섭 판사는 A씨의 행위에 대해 “사후적 조치보다 촬영의 즉각적 중단을 요구하는 게 우선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라고 밝혔다. 인 판사는 “A씨가 B씨의 손을 잡아 밀친 건 촬영을 막기 위한 소극적 제지행위로 볼 여지가 크다”며 “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동영상 촬영에 따라 A씨의 초상권이 침해되는 게 B씨가 당한 신체접촉으로 인한 침해보다 더 크다고 봤다. 다만 고의성이 없었다는 A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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