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부동산이 최고의 민생과제라며 국회가 입법으로 뒷받침해 달라고 주문했다. 지난주에는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다주택자 등 투기성 주택보유자의 세금 부담을 강화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이에 맞춰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율을 강화하는 등 집값 안정에 필요한 입법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법률로써 집값을 잡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법을 만들어도 좋다. 국회 절반이 훨씬 넘는 176 의석을 보유하고 17개 상임위원장을 독차지한 여당이 아닌가.
그런데 여론조사에 따르면 당정이 마련 중인 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대답이 49%로, 있을 것이라고 한 36%보다 훨씬 많다. 정부 대책으로 시장 흐름을 바꿀 수 없다는 예상 때문이다.
국민 생활의 기초인 주택 문제를 그저 시장에만 맡기라고 주장하자는 게 아니다. 자유시장 경제를 신조로 삼고 있는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지도 토지 공개념의 주창자로 알려진 헨리 조지의 토지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한국 부동산 정책의 문제는 시장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구분해 법률로 다스리자는 생각이다. 착한 실수요자와 대비되는 나쁜 투기꾼 대표는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직원들에게 한 채만 남기고 다 팔라고 지시했고, 스스로 그 지시를 이행하지 않아 비난을 받았다.
전세 보증금을 내고 실제 그 집에 들어가 사는 사람은 착한 실수요자이고 돈을 더 번 뒤에 들어가 살 집을 미리 전세로 끼고 사는 갭 투자자는 나쁜 투기꾼으로 취급된다. 강북에서 집을 사면 괜찮지만 강남에서 집을 사면 통제 대상으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구분법은 소수의 악한 사람들을 징벌해 다수의 착한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얻는 정치적 효과는 있었을지 모르나 경제적으로는 작동하지 않았고 부작용과 역효과를 가져왔다.
다주택자 규제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를 높여 강남 집값을 올렸고 덩달아 다른 지역이 오르자 규제에 규제를 덧칠한 끝에 수도권 전체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켰다. 현 정부 3년 동안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50% 이상 올랐다.
인위적인 선악 구분에 따른 법률적 제재를 지양해야 한다. 첫째, 징벌적 성격의 종합부동산세를 재산세와 통합해 전체 주택 소유자에게 보유세를 부과하도록 해야 한다. 다주택이든 고가주택이든 고액 자산에 대한 중과는 누진세 체계를 잘 짜서 만들면 의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둘째, 최근 주택 가격의 상승은 3,000조원이나 풀린 통화 팽창에도 원인이 있다. 이로 인한 주택가격에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고가주택 대출 규제, 갭투자 대출 규제 등 대증요법이 아니라 전통적인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낮추는 등으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
셋째, 거의 모든 전문가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보유세는 올리고 거래세는 낮추는 방향으로 세제를 운용해야 한다. 한시적인 제도 운용도 줄여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다주택자의 물량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시한을 못 박아 양도세 중과를 면해주는 제도는 스무번 이상의 정부 발표로 시장에 기대와 관성이 생겨 더는 통하지 않게 됐다.
넷째, 공급을 늘려야 한다. 생애 최초 주택과 신혼부부 주택 공급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대하고 신규 공공택지를 개발하거나 공공주택을 건설해 물량을 늘리는 일도 필요하다. 더 중요하게는 민간의 수요에 맞춘 공급을 늘리도록 재건축이든 재개발이든 용적률 확대든 조치를 해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