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 법무부 내부 논의 과정을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범여권 인사들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사태의 중심에 선 최 대표가 “최민희(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글을 복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최강욱은 최민희를 지목하지만, 최민희가 올린 것과 최강욱이 올린 것은 문언이 다르다”고 꼬집으면서, ‘두 문구 모두 나가는 것으로 알고 실무진이 주변에 전파했다’는 법무부의 해명을 두고도 “법무부 행정에 관한 논의와 정보를 공유하는 사적인 네트워크가 법무부라는 공적 조직바깥에 존재한다는 얘기”라며 “전형적 국정농단의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8일 최 대표는 오후 10시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무부 알림’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는데, 이 글이 실제로 법무부가 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문과 달라 논란이 확산됐다. 최 대표는 논란이 된 페이스북 글에 대해 “SNS에 언뜻 올라온 다른 분의 글을 복사해 잠깐 옮겨적었을 뿐”이라고 해명한 뒤, 사태가 ‘국정농단 의혹’으로까지 확대하자 “제가 복사한 글은 바로 최민희 의원의 글”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 또한 최 대표의 글은 법무부의 최종 입장이 아니며 유출 경위도 알지 못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전 입장을 바꿨다. 법무부는 “국회의원 페북 글 관련 장관과 대변인실 사이 소통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장관은 두 문구 모두 나가는 것으로 인식해 실무진이 주변에 전파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법무부가 공무상 비밀인 입장문이 유출됐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진 전 교수는 “공지가 나가기도 전에 장관의 두 개의 ‘알림’을 받은 사람들이 누구인지, 수신자 명단을 밝혀야 한다”며 날을 세웠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강욱과 추미애의 거짓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법무부에서 유출경위를 모른다고 하더니 새로운 해명을 내놨다. 거기에 따르면 장관이 두 개의 문언을 주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며 “말도 안 된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모두 세 가지 근거를 통해 법무부의 해명을 반박했다. 진 전 교수는 “첫째, 장관이 그런 지시를 내렸는데 정작 법무부에서는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며 “둘째, 결국 장관이 법무부도 모르게 가안이 공식라인이 아닌 사적 네트워크로 법무부 문건을 흘리라고 지시했다는 얘긴데, 그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유포하려면 확정된 안만을 유포해야지, 검토 중에 버려진 ‘가안’까지 함께 전파해야 할 이유는 없다”며 “장관의 해명의 대충 상황을 무마하기 위한 변명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진 전 교수는 “최강욱의 경우 최민희의 SNS글을 옮겨적었다고 하나, 본인이 인정하듯이 두 글은 문언이 다르다”며 “글을 퍼나르면서 굳이 문체를 바꿀 이유가 없다”고 했다. 또 “누군지 모르지만 국민들이 아직 모르는 법무부 사정을 미리 알 수 있는 특권을 가진 그룹이 누구인지 궁금하다”며 “이 두 분이 국민을 바보로 아나 보다”고 날을 세웠다.
진 전 교수는 ‘슈퍼전파자는 누군인가?’라는 또 다른 글에서도 “이번 법무부 공지 ‘가안’이 널리 퍼진 클러스터는 조국백서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며 “클러스터는 조국백서 필진이고, 중요한 것은 법무부에서 조국백서 필진 쪽으로 ‘알림’을 옮긴 1번 환자를 찾는 것이다. 1번 환자는 법무부와 조국백서 필진 모두에 관계가 있는 사람일 것인데, 누구일까요”라고 물었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제2의 국정농단 단상’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최 대표를 ‘법무부 장관’이라고 비꼬며 “최강욱 법무부장관께서 ‘언뜻 올라온 다른 분의 글’을 옮겨적은 것이라고 해명했는데, 그 ‘다른 분’은 누구시냐”며 “20분 후에 ‘글을 보신 다른 지인께서’ 법무부 알림이 아니라고 알려주셨다고 했는데 그 ‘다른 지인’은 또 누구시냐. 고구마 덩이가 주렁주렁 딸려 나올 것 같은 느낌. 최순실 사태도 시작은 미약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최강욱이 그 ‘가안’을 올려놓고 ‘어제부터 그렇게 외통수라 했는데도 ㅉㅉ’ 이렇게 코멘트했다. 추미애가 둘 수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얘기”라며 “어쨌든 이 사태는 그 동안 법무부 행정에 바깥에 있는 권한 없는 사람들이 관여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물론 아직은 순전히 저의 주관적 추측에 불과하니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리시라”고 덧붙였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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