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핵화 협상을 주도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한에 협상 복귀를 촉구한 지 하루 만에 북한의 핵시설 활동이 포착됐다는 미 언론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미국 CNN방송은 8일(현지시간) 민간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촬영하고 미들베리국제문제연구소가 분석한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의 핵탄두 제조 의심 시설의 활동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CNN은 해당 위성사진이 이전에 공개된 적 없는 평양 인근 원로리 지역으로 전문가들은 이 시설이 핵탄두 제조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해왔다고 설명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연구소 소장은 “트럭과 컨테이너 적재 차량 등이 포착됐고 공장 가동이 매우 활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고 CNN은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원로리 인근에 용악산 생수공장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핵시설과는 거리가 멀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한미 국방부는 북한 핵 개발 프로그램과 원로리의 연관 여부에 대한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이처럼 원로리 시설과 핵 활동의 연관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CNN 보도는 북한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미 조야의 불신이 얼마나 큰지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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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유화 메시지를 내는 비건 부장관과 달리 미 국방부가 북한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라는 단어를 다시 사용하고 북한을 ‘불량국가’라고 칭한 것도 이 같은 미 조야의 강한 대북 불신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난 7일(현지시간) 북한을 ‘불량국가(rogue state)’로 칭하며 대북 강경 메시지를 거듭 발신하면서 강온 양면 전략을 폈다.
한편 비건 부장관은 이날 청와대에서 서훈 신임 국가안보실장과 만나 초미의 관심사인 대북제재 완화 등 남북협력 사업에 대한 언급 없이 북미 간 대화 재개의 중요성 등 원론적인 입장만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 부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지 않고 2박 3일 방한일정을 마친 뒤 이날 오후 4시께 오산공군기지에서 전용기를 타고 일본으로 출국했다. /박우인·허세민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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