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리는 핵시설 미신고 지역이자 외부에 처음 드러난 곳이어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욱이 지난 2018년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와중에도 북한은 이곳에 새 구조물을 짓는 등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어설픈 비핵화 협상이 북한에 핵무장을 가속화할 시간만 벌어준 꼴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핵 활동과 직접 관련이 없는 곳으로 안다”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남북 협력 분위기 조성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되면 일단 북한을 감싸고 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도의 북한 정권이 없어지지 않는 한 핵 포기는 어렵다”고 단언했다. 대다수 국민의 생각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은 북한이 미국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행동수단을 책상에 올려놓고 실행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8월로 예정된 한미군사연합훈련 시기 조정과 남북 보건의료사업 제안을 검토하는 등 북한 달래기에만 매달리고 있다. 정부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긴밀한 한미 공조를 복원하는 한편 북한 비위 맞추기에서 벗어나 북핵 폐기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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