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 사이에 희화되고 있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3년 전 영상이 대표적이다. 김 장관은 취임 후 첫 부동산 대책인 ‘8·2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알리는 청와대 유튜브 영상에서 △다주택자 매각 시 혜택 △신혼부부 청약 쉽게 △임대사업 혜택 등 크게 세 가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불과 1년 뒤 10채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는 3만7,487명으로 2012년 통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임대사업 혜택을 약속하며 주택임대사업자가 늘어난 탓이다. 22번의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지역 중위 아파트값이 평균 6억원에서 9억원을 넘어서자 정부는 다주택자의 세제혜택을 줄였다. 급기야 기존 사업자에 소급 적용하고 전월세신고제·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담은 ‘임대차 3법’까지 강행한다니 정부 말만 믿고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가 낭패를 보게 되는 셈이다. 문 대통령이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가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던 방침을 정부가 반 년 만에 뒤집는 것도 이율배반이다. 한술 더 떠 정부와 여당은 종합부동산세는 물론 양도소득세와 함께 취득세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당정협의에서 “두 채 이상 갖는 것을 고통으로 느끼게 해야 한다”며 정부에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요구했다.
고위공직자와 여당 의원 등의 다주택 현황이 알려지며 여론이 더욱 악화되자 매각 지시로 성난 민심을 달래보려는 ‘부동산 쇼’에 치중하는 모습도 볼썽사납다. 헌법 23조에 규정된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으니 초법적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곧 23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하지만 갖가지 세금폭탄을 쏟아붓는 규제 대책만으로는 집값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도심 재건축·재개발을 늘리고 용적률을 높이고 거래세를 낮춰 공급을 늘리는 정책으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시장은 정부의 부동산 정치 쇼가 아닌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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