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10일 담화를 통해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일축하면서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전까지 북미 비핵화 협상이 공전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3차 북미회담이 불가능한 이유를 비교적 상세하게 밝혔다. 그는 “미국 측에나 필요한 것이지 우리에게는 무익하다”며 “(정상 간 만남이) 그나마 유지되어오던 수뇌들 사이의 특별한 관계까지 훼손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쓰레기 같은 볼턴(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예언한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그렇게 해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연내 3차 북미회담 개최를 일축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인종차별 문제 등으로 재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흔들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은 재선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이고 충동적인 성향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며 “김여정의 담화를 보면 정상회담은 없다며 강공으로 시작하지만 후반부에는 정상회담 조건을 내걸며 트럼프 대통령을 현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김 제1부부장은 “우리는 결코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며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자면 우리의 행동과 병행하여 타방(상대방)의 많은 변화, 즉 불가역적인 중대조치들이 동시에 취해져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고 미국의 양보를 촉구했다.
그는 또 “타방의 많은 변화라고 할 때 제재 해제를 염두한 것이 아님은 분명히 찍고 넘어가고자 한다”며 ‘비핵화 조치 대 제재 해제’가 아닌 ‘대조선 적대 정책 철회 대 조미협상 재개’를 협상 복귀 조건으로 내세우며 허들을 높였다.
하지만 북한이 요구한 한미연합훈련 중지, 대북제재 완화 등은 북핵 문제에 대한 미 조야의 회의론이 큰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북한은 11월 미 대선 전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북미 비핵화 협상의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도발을 이어가며 신경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제1부부장은 “미국은 대선 전야에 아직 받지 못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게 될까 봐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며 “때 없이 심심하면 여기저기서 심보 고약한 소리들을 내뱉고 우리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나 군사적 위협 같은 쓸데없는 일에만 집념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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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난해 6월30일 김 위원장이 대북제재 완화 등 실익이 없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북미회동에 응한 적도 있는 만큼 ‘10월 깜짝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제1부부장도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친분관계를 강조하며 “두 수뇌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한편 김 제1부부장은 이번 담화를 통해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과 관련한 중추 역할을 맡고 있음을 과시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담화를 통해 김 제1부부장이 대남관계뿐 아니라 대미관계도 사실상 총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점도 당연히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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