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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적 직책' 대통령 꿈꿨던 박원순, "모두 안녕" 비극으로 막 내려

1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를 찾은 관계자들이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공관을 나와 연락이 두절됐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7시간 여만에 숨진 채 발견되면서 정치권은 물론 국민적 충격도 커지고 있다. 박 시장은 유일하게 서울시장을 세 차례 연임한 인물로, 인권변호사로 시작해 시민운동가를 거쳐 2011년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 줄곧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혀왔다.

특히 이번이 서울시장으로서 마지막 임기인 만큼 차기 대권을 치열하게 준비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예상이었다. 지난 4월 총선에서는 민주당 ‘박원순계’ 의원들을 13명 넘게 원내에 입성시키면서 당내지지 세력을 넓혔다는 평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대권을 향한 박 시장의 마지막 꿈은 전 비서 성추행 의혹이라는 오명과 함께 하루 만에 무너져 내렸다. 그의 나이 향년 64세다.

박 시장은 195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13세에 작은 할아버지의 양손으로 입양됐다. 1975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으나, 운동권 활동으로 투옥 및 제적됐고, 이후 단국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사법시험 22회 합격, 사법연수원 기수 12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동기다. 연수원 졸업 후 6개월가량 검사 생활을 했지만, 곧바로 인권변호사 활동을 했다.

이후 줄곧 시민운동가의 길을 걷던 박 시장은 2011년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을 계기로 정치에 입문한다. 압도적 지지를 받던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단일화에 성공하면서 당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이때부터 박 시장의 본격적 정치 인생이 시작됐다.

박원순 서울시장 사법연수원 수료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찍은 사진. /연합뉴스


대선주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던 시기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다. 메르스 사태가 터졌을 때 “늑장 대응보다 과잉 대응이 낮다”며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대중들의 높은 지지를 얻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후보로 나설 것을 고심하기도 했으나 문재인 후보의 높은 지지율에 밀려 경선을 중도 포기했다.

대선을 포기한 뒤 앞으로 행보를 고심하던 박 시장은 2018년 서울시장 3선에 성공한다. 그해 8월 강북구 삼양동에서 옥탑방 한달 살이를 하는 등 적극적 행정가의 면모를 보여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여권 내 차기 대권 잠룡으로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기본소득’ 등 각종 논쟁거리를 놓고 경쟁을 펼치던 박 시장은 문 대통령의 당선 수락 연설 자리에 참석하며 진보 내 입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서울시장 임기 동안 여러 업무를 추진하며 안정적 지지율을 얻었으나, 굵직한 업적이 없어 힘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들었다.

그는 3선 시장으로 임기 반환점을 돈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차기 대권 도전 여부를 묻는 말에 “(대통령은)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안 되고 싶어도 하게 되는 운명적인 직책이라 생각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그만큼 대선을 향한 열망을 끝까지 감추지 않았던 박 시장의 정치 여정은 2020년 7월 10일 갑작스러운 끝을 맞이하게 됐다.



한편 박 시장의 장례는 사상 처음으로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러진다. 현재 박 시장의 시신은 서울대병원에 안치돼있으며 장례 역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5일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오는 13일이다.

지난 9일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관을 나오기 전에 작성했다는 유언장이 공개 10일 공개 됐다. 사진은 박 시장이 자필로 작성한 뒤 공관 내 서재 책상에 올려 둔 것이다. /서울시 제공


앞서 경찰은 전날 오후 5시17분쯤 가족의 실종신고를 받은 뒤 7시간 동안 수색작업을 펼쳐 이날 0시 1분쯤 성북구 북악산 성곽길 인근 산속에서 박 시장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CCTV 분석 등을 통해 박 시장 동선을 파악해 변사사건 수사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박 시장의 가방과 핸드폰, 소지품 일부가 발견됐다. 이어 경찰은 타살 가능성에 대해서는 “수사를 해봐야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특별한 타살 혐의점은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향후 변사사건 처리 절차에 따라서 심도 깊은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자살 흔적이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종합적으로 감식 중에 있기 때문에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경찰은 구체적인 사망 원인을 묻는 질문에 대해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고려해서 저희들이 확인해 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답을 아꼈다.

한편 경찰은 박 시장 시신을 소방구조견이 먼저 발견하고 뒤따르던 소방대원과 경찰 기동대원이 함께 확인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전날 오후 공관을 관리하는 시청 직원이 박 시장의 책상에서 발견했다. 박 시장은 유서에 “내 삶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오직 고통밖에 주지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고 적었다. 이어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 모두 안녕”이라고 끝을 맺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시장은 사망장소까지 도보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경찰은 “도보로 이동한 것으로 보이지만 좀 더 동선을 면밀하게 수사를 해 봐야 정확한 것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이 공관에서 공원 입구까지는 택시를 이용해 이동하고 이후 도보로 산속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부연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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