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김수현이 매주 출구 없는 ‘강태 앓이’를 유발 중이다.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연출 박신우, 극본 조용/ 기획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스토리티비, 골드메달리스트)에서 문강태 역을 맡은 김수현이 캐릭터의 디테일을 살린 섬세한 열연으로 과몰입을 유발하고 있다. 이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김수현표 연기 포인트를 짚어봤다.
1회에서 형 문상태(오정세 분)가 피운 난동 때문에 직업학교로 불려간 문강태(김수현 분)의 상황은 그가 여태껏 살아왔던 인생의 축약판이었다. 문상태가 저지른 사고의 뒷감당을 감내하면서도 상대방 표정만으로 기분을 짐작하는 형이 불편할까 애써 웃어주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사르르 녹여내기에 충분했다.
또한 4회 말미 문강태가 억수처럼 쏟아지는 빗줄기를 뚫고 고문영(서예지 분)을 찾아낸 순간도 심쿵을 불러 모았다. 세상에서 오로지 문상태 일에만 반응했던 그가 앞뒤 재지 않고 고문영에게 향함으로써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 셈. 여기에 고문영을 자신의 집으로 들인 것도 모자라 반찬까지 집어주며 챙기는 다정한 매너에 여심은 완벽하게 함락당하기도 했다.
형에게는 세상 누구보다 다정하지만 반대로 그 외의 사람에게는 1%도 신경을 기울일 여유가 없는 문강태의 삶은 입구 없이 벽으로 둘러싸인 성 그 자체이기도 했다. 특히 지난 5회에서 자꾸만 흑심을 드러내며 엉겨 붙는 고문영을 칼같이 차단해 ‘철벽남’의 면모를 여실히 실감케 했다. 이어 6회에서 가지 말라는 고문영의 격한 애원에도 불구하고 돌아선 단호함 역시 그의 마음 속 단단한 빗장을 느끼게 했다.
뿐만 아니라 자신만을 짝사랑하는 남주리(박규영 분)의 고백을 듣기도 전에 거절하는 태도도 지극히 문강태스러웠다. “나 같은 거에 마음 묶어두지 마요. 나 그럴 자격 없어요”라는 배려 가득한 말이었지만 그 어떤 여지도 남기지 않아 보는 이들의 속까지 쓰리게 만들었다.
4회에서는 문강태가 고문영이 쓴 ‘좀비 아이’ 동화를 읽다가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설움 가득한 오열을 쏟아냈다. 형 때문에 늘 바짝 날이 선 채 살아야 했던 문강태가 혼자 있을 때에만 비로소 연약한 속내를 드러냈기 때문. 문강태가 지고 있는 삶의 무게와 상처가 고스란히 와 닿으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더불어 6회에서 형을 고문영의 성에 남겨두고 홀로 돌아온 집에서 계약서 내용을 보고 울컥한 문강태의 눈물도 짠함을 더했다. 방금 형에게 흠씬 두드려 맞았지만 자신을 위해 캠핑카를 달라고 한 찢겨진 계약서 속 내용이 몸보다 마음을 더 아프게 했던 것.
이처럼 김수현은 문강태의 서사를 켜켜이 녹여낸 연기로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캐릭터가 살아온 삶과 또 변해가는 지점까지 올곧이 와 닿게 만드는 김수현의 표현력은 시청자들이 한층 더 드라마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자 앞으로의 전개를 한층 더 기대케 하는 요인이다. 매주 토, 일요일 밤 9시 방송.
/이혜리기자 hye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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