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유서에서 “모든 분에게 죄송하고 감사드린다”는 짤막한 심경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유서의 행간에는 박 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직전에 느꼈을 비통함이 짙게 묻어났다.
박 시장은 유서에서 “내 삶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 모두 안녕”이라고 끝맺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직전 고인이 얼마나 번민을 거듭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관련 기사 5·6·11면
변호사 출신인 박 시장은 재야 시민운동가로 줄곧 활동하다 서울시장에 당선되며 정치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특유의 소탈한 성품과 결단의 리더십을 앞세워 내리 3선에 성공하며 역대 최장수 서울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영원한 잠룡으로 불리던 박 시장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대권 주자로서의 꿈도 쓸쓸히 사라지게 됐다.
박 시장은 올 4월 서울시장 참모를 대거 교체하고 사실상의 대권 행보에 돌입했다. 지난 6일 열린 민선 7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지지율에 신경 쓰지 않고 본분을 제대로 하다 보면 국민들이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라 생각한다”며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9일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영원한 시민운동가’로 남게 됐다.
박 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이날 오전부터 여야 정치인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조문이 이어졌다. 박 시장의 측근인 박홍근·이학영·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침통한 표정으로 빈소를 가장 먼저 찾았다. 장례는 사상 첫 서울특별시장(葬)에 5일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오는 13일이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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