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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 대책 부작용에 전세 불안 더 심해질지도”…전문가들 한 목소리

서울 송파구 잠실의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22번째 부동산 대책인 ‘7·10 대책’의 부작용으로 임대차시장의 불안이 심해지리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0일 정부는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추진 의지를 거듭 강조한 가운데 ‘소급 적용’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가뜩이나 전세 매물의 씨가 마른 가운데 임대차 3법 시행이 다가오며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올리는 사례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또 임대 시장 안정을 위해 유지해왔던 등록임대주택제도를 사실상 폐기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임대 매물의 공급이 부족해지며 단기적으로는 전셋값이 오를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전세의 월세 전환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법 시행 전 보증금 올리자”…임대차 3법 전셋값 폭등 기폭제 되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앞서 10일 임대차 3법 시행에 따라 시장의 혼란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 “지난 2018년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시 기존 계약에도 적용하도록 한 예가 있다”며 “이번에도 반영된다면 세입자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월세상한제 도입으로 임대료 상한선이 정해지기 전에 미리 전셋값을 올리려는 시도가 나타나자 ‘소급 적용’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입법 이전에 계약금을 올려 받았더라도 이후 정해진 상한 한도를 넘으면 차액을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김 장관은 “임대차 3법은 정부의 국정과제로 서민 주거안정과 임차인 주거안정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며 추진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6·17 부동산 정책 후속 대책 발표 브리핑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성형주기자 2020.07.10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그렇지 않아도 전세 매물의 씨가 마르고 있는 가운데 임대차 3법의 시행은 전셋값 폭등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임대차 3법은 세입자 권리 보호를 위한 ‘주거 안정용’이지 가격 안정용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전셋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집주인들은 임대차 3법 시행을 앞두고 보증금을 올리기 위해 애쓰고 있어 시장에서는 이미 체결된 전세 계약이 파기되고 수 개월 뒤의 임대차 계약을 앞당겨 진행하는 등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가 ‘소급 적용’을 강조하고 있지만, 오히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소급 적용의 부당함을 알리는 글을 쓰는 등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다주택 중과세에 임대주택 제도도 사실상 폐기…“임대 매물 더 부족해질 것”
정부는 이날 4년 단기 및 8년 아파트 장기매입임대제도도 폐지한다고 밝혔다. 단기임대는 신규 등록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장기임대(8년) 전환도 할 수 없도록 했다. 장기임대는 신규 등록을 ‘원칙적으로’ 허용한다고 했지만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한 아파트 장기일반 매입임대는 폐지한다고 밝혔다. 현재 운영 중인 임대주택은 의무임대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등록이 말소된다. 다만 공공지원 형태의 장기매입임대는 아파트도 허용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등록임대 중 매입임대는 사실상 다가구나 다세대 장기임대만 남게 된다. 지금까지 등록된 임대는 160만가구로 이 중 120만가구는 다세대 ·다가구 주택이고 나머지 40만가구가 아파트다. 세입자들이 아파트 전·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한 상황에서 매물 부족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1115A05 등록임대사업제개선방안


또 정부는 새롭게 임대사업을 추진하려는 사업자들에게 기존보다 과중한 의무를 부과했다. 최소 임대의무기간이 기존 8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되며 모든 임대사업자는 임대보증금 보증가입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정부는 임대사업자의 공적 의무 준수 합동점검을 정례화해 세밀한 감시에 나설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한 민간임대업자는 “혜택은 없고 의무가 한껏 늘린 상황에서 누가 임대사업을 하려고 나설 지 의문”이라며 임대 매물이 더 줄어들 가능성을 시사했다.

“단기적 하락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글쎄”…임대차 불안이 매매가 상승 부를지도
전문가들 역시 이번 대책의 부작용으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다. 비단 임대사업자를 옥죄는 규제뿐 아니라 3주택 이상 소유자들에게 취득세·양도세 등을 대거 물리는 정책, 신도시를 통한 공급 대책까지 전·월세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주택시장에서 다주택자의 기능은 전체 주택의 3분의1에 달하는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역할”이라며 “다주택자들이 현금흐름을 위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병철 수석연구원은 “3기 신도시 등 사전청약 물량이 9,000가구에서 3만가구로 늘어나면서 청약 대기수요가 늘어나 전세 매물이 더 안 나올 것”이라며 “여기에 임대차 3법도 예정돼 있어 단기적으로 전월세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전·월세 시장의 불안은 결국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주택가격이 장기 하락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하락까지는 힘들 것 같고 신규 매입 자체가 줄어들고, 가격 안정은 어느 정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이는 단기적인 전망이고 장기적으로는 추가 공급(이 부족한) 문제로 나중에 여전히 더 오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도 “심리적으로 위축되니 단기적으로 가격을 떨어뜨리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이미 유동성 리스크가 여전한데다 규제에 대한 적응이 이뤄졌기 때문에 장기적 효과로 간다는 건 쉽지 않다”고 봤다. 안 부장은 특히 가격조정이 이뤄지는 지역에 대해서도 “다주택자들이 매물 처분에 나서더라도 경기도 외곽 매물이 빨리 나올 것이고 법인들이 많이 사재기한 지역이 될 것이다. 해당 지역은 조정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히려 규제가 더 세질수록 강남 등의 ‘똘똘한 한 채’ 시장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흥록·진동영·양지윤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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