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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중국 '여우사냥'

2013년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고지도자에 오르자마자 강력한 반부패운동을 벌인다. 부패한 고위직 공무원을 뜻하는 ‘호랑이’와 하위직 공무원을 일컫는 ‘파리’를 잡는 작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된다. 이어 이듬해 7월에는 새 표적을 들고 나왔다. 해외로 도피한 부패 정치인과 경제사범이었다. 중국 공안은 이들의 본국송환 프로젝트를 벌이며 작전명을 ‘여우사냥(獵 狐)’이라고 붙였다. 과거 일본의 ‘명성황후 시해 작전’과 같은 이름이다.





‘여우사냥팀’은 평균 서른살에 불과했지만 경제와 법률, 외국어 실력까지 겸비한 최정예 멤버들로 구성됐다. 중국 공안은 과거 30년간 해외로 도피한 관료 4,000여명과 국유기업 관계자 등 1만8,000여명을 대상으로 삼았다. 4인1조로 이뤄진 각 팀은 60여 국가를 돌았다. 에볼라가 창궐하던 나이지리아까지 찾아가 부패사범을 검거했다. 사냥팀은 첫 6개월에 680명을 찾아낸 데 이어 이듬해에도 857명을 붙잡았다. 중국은 검거팀의 무용담을 ‘여우사냥’이라는 제목의 드라마로 만들어 4월 베이징위성TV 등으로 방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리한 방법이 동원되면서 문제가 계속 발생했다. 폭행과 고문을 동원하고 가족을 인질로 삼아 인권단체의 비판을 불렀다. 해당국의 형법 절차를 무시해 외교 마찰을 빚기도 했다. 반면 해외 정보기관들은 도피자들을 보호하는 대가로 중요 정보원으로 삼았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최근 한 강연에서 “시 주석이 반부패운동을 명분으로 ‘여우사냥’을 벌여왔지만 실상 정치 라이벌과 반체제 인사 등 위협 인물을 쓸어버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한 뒤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의 발언이 홍콩보안법을 의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보안법은 4대 범죄 중 하나로 ‘외부세력과 결탁해 국가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꼽으면서 서방 정보조직과 연결된 이들을 겨냥했다. 레이 국장이 중국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 여우사냥을 비판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정보 당국까지 연루된 미중전쟁의 칼끝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김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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