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스톤이 돌아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를 옭아맨 족쇄를 풀어주자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해 필요한 무엇이든 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지난 12일 ‘최측근 감형 트럼프 선 넘었다’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스톤을 사실상 사면해준 것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두 자릿수 이상 뒤지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스톤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전해드린 바 있는데 이 분석이 그대로 실현된 셈입니다.
로저 스톤은 13일(현지시간)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금요일의 감형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평과 정의, 자비에 대한 엄청난 인식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라며 “그(트럼프 대통령)는 위대한 선거운동가이자 위대한 의사소통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
그는 대선판을 뒤흔들 수 있는 게임체인저입니다. 개인 한 명이 어떻게 선거판을 바꾸겠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게 그렇지 만은 않습니다. 그의 이력을 보면 더 그렇습니다.
19살 때 거짓편지 보내고 콜걸로 정적 유혹해 타락시켜
실제 스톤은 선거와 정치공작의 달인입니다. 그의 과거를 다시 한번 짚어보죠. 1952년 코네티컷주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닉슨을 개인적으로 흠모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등에 닉슨의 문신을 새길 정도였죠.
어쨌든 1972년 그가 이름을 날리는 일이 벌어지는데요. 미국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앞두고 지역 언론인 유니언 리더에 진보 성향의 공화당 대선 후보 맥클로스키가 젊은 사회주의 동맹으로부터 후원을 받았다는 제보가 날아들었습니다. 이것이 기사화되자 미국 전역이 발칵 뒤집혔는데요. 유력 후보였던 맥클로스키가 낙마하면서 결국 리처드 닉슨이 재선에 성공했는데요. 유니언 리더에 가짜 영수증을 포함한 거짓편지를 보낸 게 19살의 조지워싱턴대 대학생 스톤이었습니다.
그해 스톤은 민주당 대선 주자 선거캠프에 침투할 스파이를 모집해 ‘워터게이트 사건’의 최연소 수사대상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를 개인적으로 매우 자랑스러워했다고 합니다.
2007년에는 대선 주자로도 꼽히던 엘리엇 스피처 뉴욕주지사를 불법 매춘으로 엮어 그의 정치인생을 끝나게 했는데요. 스톤은 스피처 주지사가 있는 호텔에 고급 콜걸을 상주시키면서 스피처 주지사를 유혹했습니다. 당시 스톤은 스피처의 정적인 공화당 소속 조셉 브루노의 선거를 맡았었습니다.
2016년 대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전략을 막후에서 기획한 것이 스톤입니다. 1987년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꿈꿨죠. 1980년과 1984년에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선거캠프에서도 일했죠.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마다하지 않는 인물이 스톤입니다.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러시아 스캔들’의 중심에도 스톤이 있죠.
그런 그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개시했다니 앞으로의 선거 국면을 눈여겨 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물론 스톤도 현재 상황이 어렵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이날 “매우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 앞에는 유권자 사기와 나도 최근에 겪은 인터넷 검열, 그리고 기업들이 소유한 주류언론들이 주도하는 허위 보도 등 3가지 장애물이 있다”며 “이 모든 것으로 인해 매우 어려운 레이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이 한 문장에도 11월 대선을 바라보는 선거 전문가(?)로의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언론이 제기하는 의혹과 문제 제기를 무조건 가짜로 치부하고 편가르기와 지지층 호소 전략을 통해 선거에 임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그는 “먼저 나는 근거 없는 러시아와의 공모설을 잠재우기 위해 이에 대한 책을 쓰려고 한다”고 밝혔는데요. 책 출간과 본격적인 대외 발언, 물 밑에서의 선거전략 구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직간접적으로 도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은 그에게도 한계로 작용할 것입니다. 이제 대선이 4개월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죠.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직전까지 갔던 점을 고려하면 실제 행동 반경도 상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스톤은 마타도어와 정치공작의 전문가답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새로운 이슈와 바이든 전 부통령을 궁지로 몰아 넣을 수 있는 프레임을 제공할 것입니다. 바이든 전 부통령과 중국과의 연계를 어떻게 선거에서 써먹을지도 고민하겠죠. 아직 막판에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TV 토론이 남아있기도 하구요. 어쨌든 스톤이 돌아오면서 앞으로의 선거 국면이 더 흥미롭게 됐습니다. 바이든 캠프에서는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스톤이 어떤 일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죠.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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