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 세포들만의 세계가 있고, 세포가 저마다의 캐릭터를 갖고 있다면? 30대 평범한 여자 ‘김유미’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세포’들은 그녀의 이성, 감성, 식욕, 성욕, 사랑 등을 조절한다. 시도 때도 없이 무언갈 먹고 싶게 만드는 ‘출출이 세포’나 밝은 곳에서 힘을 못 쓰는 ‘응큼 세포’ 등 각자의 특별한 역할을 하는 세포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2015년 네이버웹툰에 연재를 시작한 ‘유미의 세포들’은 평범한 직장인 유미의 일과 사랑이야기지만 특별한 캐릭터가 있는 세포들의 활약 덕분에 누적 조회수 30억 뷰를 자랑하는 인기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미의 세포들’의 이동건 작가는 “‘유미의 세포들’은 유미의 성장이야기와 함께 생활 이야기를 담았다”며 “특별한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 자신이 1순위’라는 생각을 전하고 싶었고 이것이 이기심으로 비치지 않도록 늘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2030세대의 큰 사랑을 받은 ‘유미의 세포들’은 다양한 콘텐츠로 재생산된다. 현재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TV 드라마가 준비 중이며, 웹툰으로는 이례적으로 전시로도 만나게 됐다.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은 15일부터 내년 3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복합 문화예술공간 그라운드시소 서촌의 개관전으로 열린다. 손안에서 즐기던 웹툰이 그림, 영상, 음악, 인터랙티브 프로그램 등 다양한 전시 콘텐츠로 찾아온다. 이 작가는 전시에 대해 “신기하기도 하고, 기존 웹툰을 본 사람들은 웹툰이 이런 식으로 구현됐구나 하는 2차 체험을 얻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작품을 모르는 관람객들에게는 만화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할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쳤다.
‘유미의 세포들’이 큰 사랑을 받은 비결 중 하나는 이 작가의 탁월한 여성 심리 묘사다. 전작인 ‘달콤한 인생’까지 여성 독자들의 큰 공감을 얻은 그에게 팬들 사이에서는 ‘작가 자웅동체설’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오랜 연애 기간을 거쳐 연재를 시작하기 전인 2011년에 이미 결혼한 유부남이다. 그는 여성 심리를 잘 파악하는 작품을 쓰는 비결에 대해 “복합적이지만 아내의 피드백을 통해 힌트를 얻는 경우가 있다”며 “사람들의 사소한 표현이나 행동들을 많이 기억해두는 것도 작품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에는 매주 수많은 댓글들이 달리지만 그에게는 유독 인상 깊었던 댓글이 있다. 2019년 봄, ‘독자들을 보느라 이야기를 제대로 풀지 못한다’는 일침의 댓글이다. 그는 “너무나 정확하게 꿰뚫어본 댓글이라 큰 자극을 받았고, 그 댓글 이후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전까지는 독자들의 반응을 의식해 왔다 갔다 했다면, 이후로는 자신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2015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웹툰은 이제 결말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 작가는 “올해 안에 완결을 낼 예정으로, 결말은 이미 정해놨다”고 말했다. 드라마로 만나게 될 작품에 대한 바람도 밝혔다. “원작에 충실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바비’라는 남자 캐릭터가 정말 잘생겼으면 좋겠고, 세포들의 매력이 잘 살려졌으면 좋겠어요.”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