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는 젊은 코끼리 인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중 갈등과 규제 등으로 미국 IT기업들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사업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는 가운데 중국 이상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인도로 눈길을 돌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는 인터넷 보급률이 중국에 비해 크게 낮은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디지털경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어 미국 IT기업들에 큰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구글은 인도의 디지털경제 구축을 위해 향후 5~7년간 100억달러(약 12조원)를 투자한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13일(현지시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화상회의를 마친 후 이 같은 계획을 직접 밝혔다. 구글은 ‘인도디지털화펀드’를 조성해 지분을 투자하고 협력관계 조성, 디지털인프라 및 생태계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인도의 인터넷 사용 장벽을 낮추고 인도맞춤형 IT 제품 및 서비스 개발, 중소상인의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 관련 분야에 투자할 방침이다. 피차이 CEO는 이번 투자와 관련해 “인도와 인도 디지털경제의 미래에 대한 신뢰가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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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인도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은 성장 잠재력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크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미국·유럽연합(EU) 등의 인터넷 보급률은 85% 정도인 반면 인도는 34%에 불과해 중국(65%)과 비교해도 크게 낮다. 그만큼 큰 기회가 있는 시장이다. 특히 최근 인도와 중국이 갈등을 빚으며 인도 내에서 중국 기업 퇴출 움직임이 나타나는 상황이다. 인도는 지난 6월 말 틱톡을 비롯한 59개의 중국 스마트폰 앱 사용을 금지한 바 있다. 인도 입장에서도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 IT기업들과의 협력이 중요하기에 구글에는 인도가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인도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하는 미국 IT기업은 구글뿐이 아니다. 퀄컴은 12일 인도 대기업인 릴라이언스 산하 통신사 지오(JIO)에 9,700만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으며 이달 초에는 인텔도 지오에 2억5,350만달러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페이스북도 3월 지오에 57억달러를 투자했다. 아마존 역시 인도 투자에 적극적이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1월 6년 만에 인도를 찾아 1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3년부터 인도에 투자해온 아마존은 현재까지 적자가 계속되고 있지만 인도의 장기적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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