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아들의 스위스 유학 자금 문제가 인사청문회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이 후보자 측이 국회에 학비 1,200만원 송금 내역을 제외하고 아들의 스위스 체류비 자료는 여전히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 ▶[단독] 이인영 아들 '스위스 유학' 지원 기관에 엄마가 이사회 임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미래통합당 김기현 의원 측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15일 아들의 스위스 유학 당시 외화 송금내역과 등록금 안내자료, 인보이스(송장) 등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스위스 유학 생활 전반에 소비된 체류비 관련 기록은 내지 않았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오늘부터 국회 요구 자료에 대한 답변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이 후보자의 자녀가 스위스 학교에 다니면서 연 2만5,000달러를 지출했다는 주장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라는 증빙자료부터 제출했다”고 강조했다. 여 대변인은 이어 “이 후보자의 자녀는 학위 협약교환 협약에 따라 1년간 스위스 학교에 다녔고 1년, 2학기 동안 총 1만220스위스프랑, 당시 한화로 약 1,200만원을 학비로 지출했다”며 “해당 학교의 인터넷 홈페이지만 확인하면 학비가 연 2만5,000달러가 아니라 연 1만 스위스프랑, 학기당 5,000스위스프랑임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악의적으로 왜곡 보도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항의했다.
다만 이 후보자의 아내가 아들이 스위스 유학을 떠날 때쯤인 2017년 4월 기관 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이사회 멤버 및 외부 강사가 됐다는 본지 보도에 대해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마 추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며 “이 후보자와 관련해 말씀드릴 수 있는 준비된 사항은 학비까지”라고 선을 그었다.
김기현 의원실 관계자는 “스위스 유학은 학비뿐 아니라 비싼 물가 때문에 체류비가 핵심”이라며 “연 2만5,000달러를 지출했다고 보도한 기사를 못 봤는데 왜 이 후보자 측과 통일부 쪽에서 이 부분만 강조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취재 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자 아들 이모(26)씨는 서울 구로의 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을 바로 가거나 취업을 하지 않고 2013년 2월부터 일종의 대안학교인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일명‘파티’)’이라는 디자인 관련 교육기관에서 수학했다. ‘파티’는 2013년 안상수 디자이너 등이 파주출판도시에 세운 기관이다.
이 학교는 교육부에 정식 인가를 받은 기관은 아니다. 다만 스위스 바젤디자인학교, 영국 UCA 등과 학부·석사 과정 편입 협약을 맺고 해당 학교들에서 학위를 받을 수 있게끔 했다. 이씨는 이곳에서 2017년까지 ‘한배곳’이라는 3년6개월짜리 교육과정을 마친 뒤 스위스 바젤디자인학교로 유학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 ‘파티’ 홈페이지에는 바젤 학사학위 편입 과정을 ‘파티 한배곳 과정 3.5년+바젤 학부과정 2년’으로 밝히고 있다.
이씨의 어머니이자 이 후보자의 아내인 이보은 (사)농부시장 마르쉐 상임이사는 2017년 4월부터 바로 이 학교 이사회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기관 이사회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아내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박정희 정부 시절 중앙정보부장·법무부 장관·검찰총장을 지낸 고(故) 신직수씨의 딸이자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의 부인인 신연균 아름지기 이사장 등 쟁쟁한 인사들이 함께 이사로 등록돼 있다.
해당 기관은 신세계·아모레퍼시픽 등 유수 기업과 정부 산하기관 후원을 받는다. 이 기관은 등록금·각종 기부금을 토대로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지급한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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