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직접 고용 대상인 소방 직원들이 공사의 직고용 과정에서 실시된 경쟁 채용으로 오히려 기존 직원들이 해고됐다며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고용 안정을 위해 추진한 정규직화가 되레 실업자를 양산한다며 공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인국공 소방대 노동조합은 15일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회사 정규직 직원도 경쟁채용으로 실직자 만드는 졸속 정규직 전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인국공은 정규직 직고용 논란에 휩싸인 보안검색 요원 1,902명 외에도 소방대 211명, 야생동물 통제 30명을 직고용 하기로 했다. 현재 211명인 소방 직원들은 인국공의 자회사인 ‘인천공항시설관리’ 소속이다. 소방분야는 올해 5월부터 채용절차를 시작했다.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한 2017년 5월 12일을 기준으로 이전 입사자(147명)는 형식적인 채용과정만을 거치고, 이후 입사자는 경쟁채용을 통해 탈락자가 발생하면서 논란이 야기됐다. 노조에 따르면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한 소방대 직원들이 이번 경쟁채용에 응시했는데 서류·필기시험을 거쳐 체력검사까지 진행한 결과 다수의 탈락자가 발생했다. 앞으로 면접과정에서 추가 탈락자가 나올 수 있다.
노조는 “소방대 노동자는 2020년 1월 1일 인천공항시설관리와 근로계약기간이 없는 무기계약 근로계약서를 체결해 이미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됐다”며 “그러나 공사의 직고용 결정에 따라 5월부터 진행한 경쟁채용으로 현재 32명 탈락자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경쟁채용은 2018년 12월 공사가 노사전문가협의회를 거쳐 정한 것으로, 노조와는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됐다”며 “대통령 방문일을 전후로 경쟁채용 여부를 결정한 것 자체가 이번 직고용을 졸속으로 추진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조는 자회사와 법률상 계약기간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기 때문에 직접고용 절차에 탈락하더라도 자회사 직원으로서 계속 근로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법률자문에 따르면 시험에서 탈락해도 이미 자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면 고용이 보장돼야 한다”며 “하지만 공사는 경쟁채용에서 탈락한 직원은 직장을 떠나야 한다고 당사에 통보해 노동자들은 심각한 생계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직업 특성상 부상이 잦을 수밖에 없지만 공사는 이에 대한 배려도 없다”며 “한 직원은 무릎 부상으로 인해 수술을 받아 체력 시험에 떨어졌으나 ‘그대로 해고’라는 말을 들었다”고 규탄했다.
이영재 인국공 소방대 노조 위원장은 “대통령이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한 날짜를 기준으로 경쟁채용 여부를 결정하고, 채용절차를 달리한 것은 헌법 제 11조의 평등권을 명백히 침해한다”며 “멀쩡한 노동자를 실직자로 만든 인천국제공항공사 구본환 사장의 책임을 엄중하게 묻겠다”고 강조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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