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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여가부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이경운 사회부 기자

이경운 사회부기자




지난 2018년 3월5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를 저격하는 ‘미투’ 고발이 제기됐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 여성가족부는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이튿날인 6일 “충청남도를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즉시 발표했다. 피해자를 대상으로 2차 가해가 속출했지만 여가부는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지켰다. 1심에서 안 전 지사가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는 “피해자의 용기와 결단을 끝까지 지지하겠다”는 논평까지 내놓았다.

2020년 7월9일 또 다른 사건이 터졌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실종됐고 여비서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박 전 시장이 발견됐지만 결국 이를 폭로하는 기자회견까지 진행했다. 안 전 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을 낙마시킨 권력형 성추문이 반복되면서 국민은 당혹감 속에 큰 충격을 받았다.



고위공직자의 성추문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달라진 것은 여가부의 행보다. 사건에 바로 대응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입장을 내놓지 않고 5일 동안 침묵을 지켰다. 서울경제가 ‘n번방’과 ‘손정우’ 사건 등 잇따르는 성추문 이슈에 침묵한다고 보도한 14일이 돼서야 박 전 시장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 몇 년 동안 권력형 성추행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더 커지고 있었지만 여가부의 시간만 거꾸로 간 것이다.

여가부가 뒤늦게라도 입장을 낸 것은 다행이다. 가장 중요한 시간은 지금 이 순간이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일 수 없다. 하지만 힘들어하고 있을 피해자를 생각하면 이제라도 ‘여성’가족부라는 이름에 맞는 책임 있는 자세로 대응하기 바란다. 과거만 바라보고 있는 여가부에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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