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 논쟁은 2년 전에도 벌어졌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반대하자 국토부의 직권해제 방안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도심의 허파인 그린벨트 해제는 미래 세대에 죄를 짓는 것이라는 논리에 개발론은 밀려났다. 그럼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해제론자들은 그린벨트를 ‘전가의 보도’처럼 꿋꿋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번에도 서울 한가운데에는 30~50년 된 흉물 아파트들을 남겨 두면서 도심 고밀도 개발과 3기 신도시의 용적률 상향 조정, 공공기관 이전부지 활용 등으로 공급부족을 풀기 힘들 것으로 보이자 그린벨트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이다.
그린벨트는 1971년부터 1977년까지 여덟 차례에 걸쳐 53억㎡를 지정한 후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여의도 면적의 345배인 15억㎡를 풀었다. 하지만 집값 안정에는 효과를 내지 못하고 개발 기대감으로 주변 땅값만 올렸다. 코로나19 이후 거품경제가 극심한 터에 그린벨트를 섣불리 풀면 땅값까지 요동칠 것이 뻔하다. 더욱이 집을 가지려는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은 따로 있다. 직장과 가깝고 교육과 편의시설을 맘껏 누릴 수 있는 서울 도심이다. 이 지역의 낡은 재건축과 재개발 규제를 풀고 도심 아파트 층수를 35층 이내로 묶은 ‘35층 룰’을 없애야 비로소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잡힌다. 재건축 규제를 풀면 가진 자에게 혜택이 갈 것이라는 이념적 편견을 언제까지 고집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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