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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다니면서 미리 체험하는 인생 2모작

본업 지키면서 딴짓 찾아 다니는 신인류 '사이드 허슬러' 작가 심두보 인터뷰

갑작스런 일자리 공백 "생각만 해도 아찔해"…사이드 프로젝트는 미리 훈련하는 법


서가에 진열된 책들을 보면 시대 흐름을 엿볼 수 있다. 최근 서가에 유행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사이드 프로젝트’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일종의 딴짓이다. 본업을 지키면서 여유시간을 활용해 부수적으로 수행하는 일을 뜻한다. 여가, 취미와 다른 점이라면 딴짓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추구한다는 것. 따라서 취침 전 자수를 놓으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을 취미라 한다면, 오랜 시간 단련된 자수 놓기의 기술을 교육하거나 판매해 부수입을 얻는다면 그것은 사이드 프로젝트가 된다.

이 ‘수고스러운’ 일을, '굳이' 없는 시간을 짜내서 수행하는 자를 사이드 허슬러라고 부른다. 주변으로부터의 불편한 시선을 의식해 수면 아래 숨어 있을 뿐이지 우리 주변에는 사이드 허슬러가 의외로 많다. 사이드 허슬러를 다루는 책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이 증거다.

도대체 그들은 왜 쉬어야 하는 시간에도 스스로 일을 만드는 일에 몰두하는 것일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화제의 신간 [사이드 허슬러]의 작가 심두보를 만나봤다.





-자기소개 부탁 드린다.

“지난 10년 간 기업금융 분야에서 기자생활을 해오고 있다. 동시에 ‘회사밖’이란 사이드 프로젝트를 홀로 이끌고 있는 사이드 허슬러이기도 하다.”

-사이드 허슬러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다니면서 다른 일을 한다. 사이드 허슬러는 본업을 유지하면서 자기만의 프로젝트에 몰두하는 사람을 뜻한다. 회사밖이란 프로젝트가 그러한데 다른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다듬고 파트너를 찾기 위한 일종의 친목모임이다.”

-‘딴짓’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규합하고 그들의 네트워킹을 주선하는 것. 그것이 당신이 수행하고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거네?

“그렇다. 관심사로서 사이드 허슬러에 집중해서 예비 혹은 잠재적인 사이드 허슬러를 모으고, 또 그 일련의 과정을 기록해 책으로 출간하는 것. 그것이 나만의 사이드 프로젝트인 셈이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회사가 알게 됐을 때 돌아오는 불이익이 가장 신경 쓰일 것 같은데. 당신은 그렇지 않나.

“회사밖 모임에 나오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확실히 그런 게 있다. 딴짓 하지 말라는 구체적 지시를 받는 분도 있고 제 3자를 통해서 업무에만 집중하라는 조언을 받는 분도 있고. 근무환경이 자유로운 스타트업이나 대표이사가 사이드 프로젝트를 용인해주는 소수의 기업을 제외하곤 대다수가 그렇다.

내 경우 처음에는 회사 눈치를 보긴 했다. 그렇게 숨긴 상태에서 사부작사부작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어느 순간 ‘나는 술도 안 마시고 다른 사람보다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굳이 숨겨야 하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는 회사 눈치 안 보고 내 시간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

-사이드 프로젝트에선 아무래도 대전제가 본업을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인 것 같다. 그래야 남들한테 눈치를 덜 보게 되니까.

“정확한 지적이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본업을 등한시하라는 것이 아니다. 본업을 제대로 유지하면서 사이드 프로젝트와의 상호보완을 통해 더 나은 부가가치를 만들자는 것이다.

지인 중에 개발자가 있다. 이 사람은 여러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룰 수 있는데 자신만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난이도가 높은 개발언어를 활용했다. 점차 익숙해졌고 회사에서 그가 활용하는 개발언어를 도입하기로 했다. 상호보완성의 대표적 사례다.

-사이드 프로젝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을 것 같은데 이것은 이 시대의 조류라고 봐도 되는 건지.

“일자리 여건이 예전보다 악화 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국가가 앞장 서서 일정 시간(주52시간제도) 이상 일하지 말게끔 법으로 규제하는 시대다. 적지 않은 숫자의 사람들이 ‘n잡러(다수를 뜻하는 n과 직업인을 뜻하는 jober를 결합한 말로 다수의 일을 동시에 병행하는 사람을 일컫는다)'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자리 공백을 맞이했을 경우를 상상해보자. 끔찍하지 않은가. 사이드 프로젝트는 그러한 리스크를 헷지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인생 2모작의 베타버전 쯤이라고 보면 된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본업을 지키면서 여유 시간을 활용해 부수적으로 하는 일종의 딴짓입니다. 이런 수고스러운 일을 하는 사람들을 '사이드 허슬러'라고 부르죠. 본인 또한 이런 '사이드 허슬러'이지만 8명의 사이드 허슬러들을 만나고 인터뷰 해 책을 쓴 심두보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그는 "회사 밖에서 ' #사이드프로젝트 '를 하는 건 퇴근 후에 술을 마시거나, 운동을 하거나, 육아를 하는 것과 같은 여가 활동 중 하나"라고 말합니다.


-주52시간제도가 강제된 이후, 그리고 코로나19 여파로 직업 안정성이 후퇴하면서 부수입을 얻기 위해 투잡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런 것들도 사이드 프로젝트로 볼 수 있나.

“큰 의미에서 보면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는 것 모두 사이드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겠지. 하지만 좀 더 견고한 사이드 프로젝트는 단순히 돈을 조금 더 버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대리운전, 쿠팡 플렉스, 이런 일들에서 버는 추가수입은 쓰고 나면 휘발되는 것이니까. ‘성장’이란 관점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그런 면에서 좀 더 나은 사이드 프로젝트는 수익추구를 하되 자신의 인생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도 시간 내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많은데.

“책을 쓰면서 만난 사이드 허슬러들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시간을 대하는 법이다.

일은 ‘해야만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로 구분할 수 있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후자에 속하는데 하고 싶은 일에 나서는 사람들은 날짜나 시간을 정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할애한다. 여기에 추가되는 것이 지속성이다. 당장의 큰 결실보다는 과정을 거쳐 가는 것이다. 나의 경우 책을 출간하는 것이 내가 상정한 사이드 프로젝트였는데 이를 위해서 원고탈고-출판사 계약 등의 단계마다 의미를 부여했다.“

회사밖동료에 참여하는 직장인을 위한 이름표.


-‘회사밖’이란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어떤 형태로 운영되나.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 숨어 있지 않을까, 란 생각에서 시작한 거다. 광화문, 강남 등 거점을 잡아서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을 활용해 네트워킹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내가 호스트가 돼서 비슷한 사람끼리 엮어주는 거지. 회사 간 관련성도 없고 취미도 다른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발제자들의 생각을 듣고 의견을 나눈다.

-서먹서먹해 하진 않나.

“제일 걱정했던 것이 그 포인트다. 그런데 생각보다 괜찮다. 먹을 것을 앞에 두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하하) 생각해보면 나 역시도 그다지 외향적인 사람이 아닌데 공통된 관심사가 있어서 그런지 잘 운영된다. 대기업 직장인, 전문직,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대다수를 이룬다. 연령대는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사이가 주를 이룬다. 회사밖 프로젝트는 총 3단계로 진행되는데 회사밖 점심-회사밖 동료-회사밖 사이드 허슬 순이다. 이번 달에 회사밖 사이드 허슬 정기모임이 예정돼 있는데 시간 되시면 한번 오시라.”

직장인 네트워킹 저녁 모임인 회사밖동료가 패스트파이브 강남3호점에서 진행되고 있다.


-날짜 알려주시면 가도록 하겠다. 갑자기 든 생각인데 심 작가의 사이드 프로젝트는 이번 책이 처음인가? 아니면 전에 어떤 딴짓을 했는지 설명을 좀 부탁 드린다.

“시원하게 망한 케이스가 있는데. (하하) 몇 년 전에 향수라는 아이템에 꽂혀 있던 때가 있다. 내 취미 중 하나가 해외의 새로운 비즈니스를 검색하는 건데 미국과 유럽에서 향수를 조합해서 쓰는 사업이 유행을 타고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향을 3가지 정도 고르면 이걸 조합해서 배송해주는 사업인데, 급한 관심이 생겨서 향수 학원도 다니고 향수회사 사장을 만나서 스터디 했다. 그 후 외주 개발자를 고용해서 웹사이트를 하나 만들었다. 말도 마라. 개발자와 일 하면서 돈은 돈대로 쓰고 스트레스만 받고. 앞서 말한 대로 시원하게 망했다.

두 가지를 배웠다. 첫째, 내가 모르는 것은 건드리지 말자. 둘째 개발자의 영역이 필요한 일은 하지 말자.



-그렇게 본인이 망한 과정, 망할 지도(반대로 성공할 지도) 모르는 사이드 프로젝트에 관심 있는 직장인들을 이끌고 가는 과정을 모은 것이 당신의 책 [사이드 허슬러]인 셈이네.

“이 책을 내기 전에 재테크 입문서를 쓴 적이 있었다. 동시에 브런치에 글을 연재했는데 글이라는 것이 독자의 반응도 볼 수 있고 결과물도 남고, 상당한 재미를 느꼈다. 사이드 프로젝트에 관심을 지닌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뭔가를 정리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물론 내가 생각하지 못한 의견을 들으면서 나 역시 성장했던 것 같다.

사실 이번 책은 내 나름의 사이드 프로젝트다. 무슨 말이냐면 이번 책은 기획부터 집필, 출간, 유통까지 혼자 해내는 ‘1인 출판’을 목표로 삼았다. 디자인 같은 전문가의 손이 필요한 작업 빼고는 온전히 혼자 한 작업이다. 앞으로 다양한 책을 내고 싶은데 이를 위한 도전의 과정이랄까. 스스로를 강제했더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책 한권을 만들어낸 것 같다.“

-아, 1인 출판한 책이구나. 출판사를 통했으면 귀찮은 잡일은 하지 않았을 텐데 돈을 많이 벌고 싶었나 보네. (하하) 1인 출판은 힘들지 않았나.

“막상 해보니깐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다음에는 훨씬 수월하게 할 자신이 생겼다. 1인 출판이 의외로 쉽다. 대형 서점들이랑 계약할 때도 이미 운영되고 있는 시스템을 활용했다. 출판과 관련해 궁금한 것이 있다면 연락 주시라. 알려드리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책에 8명의 사이드 허슬러가 등장한다. 알고 지내던 분들 일부 있지만 대다수는 전화, 이메일을 통해 인터뷰 요청을 해서 만난 분들이다. 인터뷰를 흔쾌히 수락해주고 저자가 생각하지 못한 인사이트를 전해주셨다. 사이드 허슬러들을 만나면서 공통된 특징을 발견하게 됐는데 하나 같이 긍정적이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낙관한다고 할까. 내가 걱정이 많은 사람인데 책을 만들면서 그분들을 통해 많이 배웠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박해욱 기자 spooky@lifejum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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