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내년부터 5세대(G) 이동통신망 구축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장비 구입을 중단하기로 한 가운데 여타 유럽 국가들이 같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15일(현지시간) CNN이 보도했다.
싱크탱크인 뉴 아메리칸 시큐리티 센터의 카리사 니에체 연구원은 “영국의 결정은 유럽에서 5G 네트워크에 화웨이를 포함하는 위험을 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재평가를 촉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국은 위험 평가에 있어 오랫동안 유럽의 트렌드세터였다”며 유럽이 화웨이를 금지한 만큼 “다른 유럽 국가들이 이를 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CNN은 독일이 영국을 뒤따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라시아그룹의 폴 트리올로는 네트워크의 90%가량을 화웨이 장비에 의존하는 도이체텔레콤이 있는 독일에서, 최근 화웨이의 역할에 대한 논쟁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CNN은 미국이 이를 이용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파리에서 프랑스와 독일, 영국, 이탈리아와 가진 회담에서 화웨이를 둘러싼 5G 네트워크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화웨이는 영국의 금지가 안보 우려가 아니라 미국의 무역정책에 따른 것이라며 실망스러움을 표시하고 있다. 에비타 카오 화웨이 대변인은 “고객과 공급업체에 대한 의무를 계속해서 이행할 것”이라며, 화웨이는 앞으로 어떤 도전에 직면하더라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제재 전 화웨이는 삼성을 제치고 2020년까지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가 되며, 5G 통신기기를 선도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미국의 제재로 인해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겠다는 희망이 좌절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럽 국가들이 영국과 같은 길을 걸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영국의 금지 조치에 대해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보복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CNN은 독일 관료들은 5G 네트워크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는 것이 주요 독일 수출기업에 대한 즉각적인 보복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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