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등 유명인사들의 트위터 계정이 비트코인을 이용한 사기단에 해킹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사건으로 최소 1억 3,000만원 이상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피해액수보다 전 세계적인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트위터가 이처럼 손쉽게 뚫린 것을 두고 보안상 신뢰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해킹 피해 계정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억만장자 래퍼 카녜이 웨스트 등이 포함됐다. 이들 계정에는 ‘30분 안에 1,000달러(약 120만원)를 비트코인으로 나에게 보내면 돈을 두 배(2,000달러)로 돌려주겠다’는 글이 올라왔다가 삭제됐다. 제미니 암호화폐거래소 공동창업자인 캐머런 윙클보스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는 사기다. 돈을 보내지 말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미 해커들이 올린 비트코인 주소에는 11만달러(약 1억3,200만원) 가치에 해당하는 12개 이상의 비트코인이 송금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번 해킹의 배후와 범행동기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주요 해킹사건 때마다 거론되는 러시아·중국·북한의 소행이라는 분석도 있고 개인 해커가 저질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위터는 이날 중간 조사 결과 발표에서 “내부 시스템 및 도구 접근 권한을 가진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사회공학적 기법’으로 공격한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혔다. 사회공학적 기법은 사람 심리를 악용해 권한을 탈취하는 방법으로, 해커들이 내부망에 접근 가능한 트위터 직원을 물색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낸 것으로 추정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잭 도시 트위터 CEO는 “트위터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오늘은 정말 힘든 하루”라며 사건의 진상을 규명한 뒤 전부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보안전문가들은 전 세계 유명인사들의 주요 소통창구인 트위터가 보란 듯이 해킹당한 것을 놓고 더 큰 파장이 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해킹사태와 관련해 “이번 해킹은 소셜미디어가 외부 공격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오는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소셜미디어 해킹이 정치·외교적 사건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트위터로 주로 소통하는 유력인사의 계정이 해킹돼 민감한 내용의 가짜 트윗이 올라온다면 더 파괴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알렉스 스타모스 전 페이스북 최고보안책임자는 이번 사건이 “선거에서의 실질적 위험을 보여준다”며 “정치인들이 토론할 때 주요 공론장이 된 트위터는 실제로 취약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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