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을 받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로 기사회생하면서 차기 대선 판도가 재편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낙연 의원 독주체제로 굳어지는 듯했던 여당 내 대선 판도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재판 족쇄에서 풀려난 이 지사가 이낙연 원톱체제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분석이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벌써 힘을 얻고 있다.
현재 민주당 내 부동의 지지율 1위는 이 의원으로, 최근 ‘7개월짜리’ 당 대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일찌감치 당권 장악을 통한 대세론 굳히기에 들어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지사가 이날 정치적 회생에 성공하면서 2강 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 지사는 사법 판결을 앞둔 상태임에도 최근 들어 지지율이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지난 8일 한길리서치가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이 의원이 28.8%로 1위, 이 지사는 20%로 2위를 차지했다. 특히 이 의원의 선호도가 지난달보다 4.5%포인트 떨어진 반면 이 지사는 지지율이 5.5%포인트 상승해 이 의원과의 격차를 한 자릿수(8.8%포인트)로 좁히는 데 성공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지사의 지지율이 상승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지사는 광역 지방자치단체장 출신 대권주자 중 살아남은 사실상 유일무이한 후보다.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서 경쟁했던 안희정 전 지사는 실형을 받은 뒤 구속 수감 중이고 뚜렷한 진보적 색채로 공통분모가 많았던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사망하면서 이 지사가 스포트라이트를 사실상 독차지하게 됐다.
이슈파이팅에 능한 점도 지지율 상승을 추가로 이끌어낼 수 있는 원동력으로 꼽힌다. 정치권에서는 재난지원금 2차 지급과 기본소득제도 도입 등 중앙정치를 흔들 수 있는 어젠다 세팅에 이 지사가 탁월한 재능을 보인다고 공통적으로 평가한다. 1,300만명에 이르는 경기도 도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는 것도 정치적 자산이다. 최근 리얼미터가 발표한 ‘전국 시도지사 직무수행 평가 조사’에서는 긍정평가가 71.2%로 집계돼 민선 7기 지자체 단체장 가운데 2년 만에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다.
영남권(경북 안동) 출신이라는 점 또한 경쟁력 가운데 하나로 점차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민주당 대선후보가) 영남 출신이라는 점은 이 의원과 대비되는 상당한 장점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다”며 “진보 성향의 지지층을 탄탄하게 보유한 이 지사가 실용적인 행보를 통해 중도 성향의 지지층을 얼마나 흡수하는지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의원이 손에 꼽을 정도로 당내 기반이 취약하고 민주당 내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친문 성향의 지지자들과 감정의 골이 깊은 것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숙제다. ‘친문 끌어안기’라는 과제가 이 의원보다 상대적으로 힘겨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친문 끌어안기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닐 것”이라면서도 “조국 사태부터 최근 박원순 시장 피해자 논란 등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슈에서 국민들의 평균적 상식에 부합하는 행보를 보이는 것이 대선 지지율은 물론 당내 핵심지지층들의 지지를 궁극적으로 얻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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