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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삼성 라이징]외국인 기자가 10년간 파고 든 ‘삼성’의 역사

■제프리 케인 지음, 저스트북스 펴냄





‘삼성’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크게 둘로 갈린다. 하나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업’이라는 칭송이고, 또 다른 하나는 ‘무소불위의 삼성공화국’이라는 비판이다. 어느 한쪽만 맞다고 할 수 없는 평가다. 개발도상국의 작은 기업에서 세계 IT 시장을 주도하는 선진 기업으로 거듭나기까지 삼성은 눈부신 성공 가도를 달려 왔지만, 그 길이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았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신간 ‘삼성 라이징’은 그래서 특별하다. 한국 경제를 견인해 온 그룹의 찬란한 영광만, 혹은 그 이면의 어두운 그림자만 부각했던 이전의 삼성 관련 서적과는 달리 이 두 가지 측면을 두루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외국인 기자가 10년간의 취재와 500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써내려간 이 책은 고(故) 이병철 창업주의 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삼성의 궤적을 매우 상세하게 짚어낸다.

2016년 10월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 국제공항. 이륙을 준비하던 사우스웨스트 항공 994편이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다. 기내에서 작은 폭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모두를 공포에 몰아넣은 주범은 삼성의 야심작, 갤럭시 노트 7이었다. 휴대폰 배터리 과열에 따른 폭발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치명타에도 불구하고 사고 발생 수 개월 뒤인 2017년 2·4분기에 삼성은 121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애플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기술 기업으로 올라선다. 이 믿기 어려운 역전극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책에 따르면 삼성의 경우 장기적 안목에서 이뤄진 투자가 수익상 결손을 보완한다. 예컨대 반도체 사업이 쇠퇴하면 스마트폰 사업이 수익을 끌어 올리고, 스마트폰 사업이 침체하면 디스플레이에서 수익을 올리는 식이다. 창업주 시절부터 장기적인 안목으로 이뤄진 투자 결실이 30, 40년 후에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40여 년 전 이병철 창업주가 미국의 청년 사업가 스티브 잡스와의 만남을 계기로 삼성의 미래 먹거리인 반도체로 눈을 돌리게 된 일화도 상세하게 소개한다.



도전과 모험, 한발 앞선 과감한 투자는 분명 오늘의 삼성을 가능케 한 저력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여러 사건 사고로 국민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책은 순환출자, 경영권 세습, 탄핵 정국 등 삼성 입장에선 뼈 아플 주요 사건과 스캔들에도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범 삼성가 인물부터 고동진 삼성전자 대표(인터뷰 당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를 비롯한 삼성 관계자는 물론이요, 고(故) 노회찬 전 의원 등 다방면의 인사들로부터 듣는 삼성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저자는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신흥 강국으로 주목받는 한국의 스토리를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시각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2만 2,000원.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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