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툰 사안은 선거방송 토론회에서 특정 사실을 말하지 않았으니 이와 반대되는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느냐였다. 대법원의 판단은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흥적이고 돌발적으로 질문과 답변, 그리고 공방이 오가는 토론회에서의 발언을 처벌한다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이 지사 판결문에서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성립 여부는 사후적 분석이 아닌 당시 상황·맥락으로 따진다고 판시했다. 토론회의 주제·맥락에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허위사실을 알리려는 의도로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허위사실 공표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5월 당시 선거방송 토론회에서 이 지사는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의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는 질문에 “그런 일 없다”고 답했다. 그는 “어머니와 가족들이 제게 진단을 의뢰했지만 최종적으로 못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일주일 뒤 열린 또 다른 토론회에서도 “김영환 후보께서는 저보고 정신병원에 형님을 입원시키려 했다 이런 주장을 하고 싶으신 것 같은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지사의 지시로 친형에 대한 정신질환 진단이 이뤄졌고 이 역시 입원 절차의 일부임을 따로 말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친형을 입원시키려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해석돼 유권자의 판단을 그르칠 수 있으니 허위사실 공표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 지사의 발언이 상대 후보자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일방적으로 허위사실을 알리려는 의도를 띤 공표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토론회 중 허위사실 공표의 성립에 신중해야 한다는 과거 판례를 재확인한 것이다.
재판부는 “적극 표현한 내용에 허위가 없다면 법적 공개 의무가 없는 사항 중 일부를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전체 진술이 허위라고 평가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며 “토론 중 모든 정치적 표현의 배경·맥락을 안 보고 일률적으로 법적 책임을 지운다면 후보자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후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 활발한 토론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수원 고법에서 파기환송심이 열린다. 직권남용 등 나머지 혐의는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기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는 허위사실 공표 혐의만 논의 대상이다. 대법원이 제시한 무죄 취지를 거스르는 판결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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