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극히 미진하다. 정부는 그간 역성장을 막으려 천문학적인 나랏돈을 쏟아부었다. 세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정부가 각종 정책 패키지에 투입한 돈은 무려 270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다른 나라보다 성장률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을 내세우지만 재정으로 만든 ‘분식고용’ 등을 제외한 실적은 초라하다. 과잉 유동성으로 부동산과 주가가 올랐을 뿐 기업 현장의 자금난은 여전하다. 돈 가뭄 해갈을 위해 만든 기간산업안정기금은 까다로운 조건으로 혜택을 받기가 별 따기에 가깝다. 반면 6월 전국 공장의 경매 건수는 492건으로 3년8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공단의 불은 나날이 꺼져가고 있다.
‘거품경제’ 속에서 정부 정책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을 선언하며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신산업을 위해 필요한 규제 혁파와 노동의 유연성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뉴딜이 아니라 올드딜”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국회에서는 상법개정안 등 반(反)시장 법안들이 넘실대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최악의 시나리오가 우려될 만큼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며 “올 성장률이 5월 전망치(-0.2%)를 하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경제에 훨씬 더 큰 퍼펙트스톰이 다가올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다. 정부는 비상정책배낭을 다시 챙기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노동과 교육 등에서 구조개혁의 고삐를 바짝 죄야 한다. 어설픈 ‘평등경제’로 글로벌 신질서의 주역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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