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이 애플과 디즈니 등 미국 대기업이 중국의 이익을 위해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16일(현지시간) 미 법무부가 공개한 연설문에 따르면 이날 바 장관은 미시간주 제럴드 루돌프 포드 대통령 박물관에서 진행된 연설에서 “미국 대기업이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중국의 꼭두각시 노릇을 한다”며 “기업들이 미국이 그동안 쌓아온 자유를 팔아가며 중국에 굴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 장관은 미국 기업이 중국과 협력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강도 높게 압박했다. 그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애플·야후 등과 같은 기업들은 중국에 너무 많이 협력해왔다”며 “중국이 미국 기업들을 어떻게 악용하는지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바 장관은 애플이 중국 앱스토어에서 뉴스 제공 앱 ‘쿼츠’를 삭제한 행위를 예로 들었다. 홍콩 민주화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애플이 홍콩 내 반정부 시위자를 호위하고 있다”고 비판하자, 애플은 즉시 홍콩 시위에 우호적인 뉴스를 제공하던 쿼츠를 삭제했다. 애플은 “중국에서 불법적인 앱”이라며 삭제 배경을 설명했지만 앱 제작사 측은 “홍콩에서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려는 명백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디즈니도 바 장관의 표적 대상에 올랐다. 중국 정부가 디즈니의 모든 영화를 금지하자 이에 굴복해 상하이 디즈니랜드 관리권을 중국에 내줬고, 중국의 다른 도시에서는 디즈니랜드의 상징인 백설공주나 다른 캐릭터를 베낀 중국 소유의 테마파크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미 경제방송 CNBC는 이날 바 장관의 발언이 악화하는 미중(美中) 관계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은 이번 연설에 대해 별도의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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