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구성하려던 민관합동조사단이 여성단체의 참여 거부로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지속해서 여성단체를 설득한다는 방침이지만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정식 출범조차 불투명하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민관합동조사단을 설치하겠다고 밝힌 지난 15일과 16일 이틀에 걸쳐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에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합동조사단의 구성과 운영에 대한 조언을 비롯해 여성단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하는 요청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는 아직까지 회신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두 단체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을 보면 이번 사건을 제대로 규명할 수도 없고 규명할 의지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참여 제안을 거부한 것이다.
두 단체는 시가 주도하는 합동조사단보다 경찰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경찰은 서울시청 6층에 있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관련 증거를 보전하고 수사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는 “6층 사무실은 이미 폐쇄돼 통제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시는 15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시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은폐됐다는 지적이 커지자 “여성단체·인권전문가·법률전문가 등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사단의 구성과 운영방식·일정 등에 대해서는 여성단체 등과 구체적으로 협의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여성단체가 합동조사단 참여를 거부하면서 시는 진퇴양난에 놓였다. 두 단체를 제외하고 합동조사단을 꾸리자니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에 차질이 불가피하고 연일 시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있어 합동조사단 구성을 미룰 수도 없는 처지다. 시는 일단 두 단체를 최대한 설득해 다음주까지는 합동조사단의 인력구성과 운영방식을 결정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피해자를 대리하는 두 단체가 합동조사단에 참여하는 게 최선”이라며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합동조사단을 꾸린 뒤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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