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저녁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운영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학습소조(學習小組)’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맛이 변한 마오타이, 누가 마오타이를 사는가’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는 마오타이그룹이 부정부패와 뇌물로 성장한 기업이라고 맹비난했다. 글은 “술은 마시기 위한 것이지 투기나 뇌물의 수단이 아니다”라면서 “마오타이가 재테크 수단이나 권력을 위한 도구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학습소조는 인민일보에서 2014년부터 운영해온 계정으로 주로 공산당 인사들 사이에서 최근 정세의 분석과 연구에 활용된다. 학습소조에서 ‘학습(學習)’은 ‘시진핑 학습’으로도 해석돼 상당한 권위를 가진 것으로 인정된다.
이날 학습소조의 비판 대상이 된 마오타이는 그야말로 풍비박산이 났다. 마오타이를 생산하는 구이저우마오타이그룹 주가는 이어 16일 상하이증시가 열리자마자 급락하기 시작해 결국 전일 대비 7.90% 하락한 1,614위안으로 마감했다. 상하이증시 시가총액 1위인 마오타이는 이날 하루 동안 1,737억위안(약 30조원)의 시총을 잃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민일보가 마오타이의 시장가치 250억달러를 걷어갔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마오타이를 둘러싼 투기·부패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이 회사의 가치가 급등하면서 논란은 더욱 심해졌다. 지난해 위안런궈 전 마오타이그룹 회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되고 회사 임원 13명이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마오타이에 대한 중국인들의 감정은 이중적이어서 비난의 대상과 함께 마오쩌둥이 즐겨 마셨다는 ‘국주(國酒)’의 이미지도 강하다. 이런 지지를 바탕으로 마오타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1기 취임 직후인 2013년과 2기가 시작된 2018년 사정 바람을 타고 부진을 겪었지만 곧바로 회복됐다.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에도 주가는 올 들어 39.3%나 오른 상태다. 앞서 13일에는 주당 1,781.99위안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실적은 1·4분기 매출 253억위안, 순이익 131억위안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12.4%, 17.0% 늘어났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인민일보가 다시 언급할 정도로 중국 정부의 견제가 시작된 듯하다”면서도 “그렇다고 마오타이 경영이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전망을 반영하듯 마오타이 주가는 17일 2.11% 반등한 1,648.05위안에 마감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