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극장에 사람이 없으면 어떡하나 너무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영화 반도의 주연 중 한 명인 배우 강동원을 최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계 관계자라면 누구나 걱정할 수밖에 없는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이 장기화하는 상황이지만, 그가 출연한 영화 ‘반도’는 개봉 4일 만에 관객 136만명을 동원했다. 개봉 첫날이었던 지난 15일 올해 개봉영화 최고 오프닝 스코어( 35만2,926명)를 기록한 데 이어 첫 토요일에 51만6,582명을 모았다. 이 또한 올해 신기록이다. 영화 출연진과 제작·배급자들이 일단 한숨 돌릴 만하다.
강동원의 걱정은 단지 ‘반도’의 흥행에 대한 것만은 아니었다.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영화계 전반에 대한 안타까움과 답답함이 담겨 있었다. 강동원은 “그나마 한국은 촬영이라도 하지만 외국은 그조차 못하는 곳도 너무 많다”며 “어쩌다 보니 반도가 코로나 19 이후 월드와이드 개봉 첫 영화가 돼버려서 다른 데서도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두의 주목 속에 개봉한 반도는 한국 뿐 아니라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서도 개봉과 함께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대만에서는 엄격한 방역 관리 하에 개봉했지만 ‘부산행’이나 ‘기생충’의 개봉 성적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첫날 수익이 기생충의 10배 수준이다. 오는 24일 개봉 예정인 베트남에서는 압도적인 사전 예매율 1위를 달린다. 아시아 영화계에 ‘산소 호흡기’ 역할을 한 반도는 다음 달 북유럽과 호주·뉴질랜드, 러시아, 인도, 북미 일부 지역에서도 연이어 개봉한다.
관련기사
좀비 영화에 처음 출연한 강동원은 “좀비는 별로 무섭지도 않고, 서양 정서가 강해 선호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 영화를 찍으면서 사람들이 좀비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 좀비 영화는 호러물이 아니라 액션 영화였다”고 웃었다. 특히 좀비 액션은 일반 액션물보다 어려운 요소가 있다며, 상대들이 주먹을 쓰지 않아 리액션이 복잡했다고 설명했다. 강동원은 “주먹이 날아 오면 치거나 막으면 되는데, 좀비는 손은 쓰지 않고 얼굴만 쓴다”며 “영화에 너무 몰입하면 사고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에서 맡은 ‘정석’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애착도 드러냈다. 그는 “다른 캐릭터에 비해 평범해 보이지만 나머지가 이미 변해 있는 캐릭터라면 정석은 점점 변해가는 캐릭터”라며 “충분히 매력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이번 영화에서 ‘남자 어른’ 분위기가 얼굴에 묻어나와서 그 점도 만족스러웠다”고도 덧붙였다. 주연치고 비중이 적다는 평에 대해서는 “개인 캐릭터보다 작품 전체가 중요하다”며 “영화의 흐름에 대한 기여도를 더 중시했다”고 밝혔다.
좀비 영화 다음의 도전은 무엇인지 묻자 그는 호러물에 대한 욕심을 슬쩍 드러냈다. 강동원은 “SF, 호러 등 장르는 따지지 않고, 재미있는 영화를 찍고 싶다”며 “그래도 역사에 남을 만한 진짜 무서운 영화를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