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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24시] 국가 정체성 상실이 현 위기 본질이다

홍관희 전 고려대 교수

자유민주주의 흔드는 현 정권

北에 굴종적 태도 보여선 안돼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힘쓰고

北의 선동·위협 단호히 맞서야





‘정체성’의 사전적 의미는 ‘본래 가진 참모습’이다. 하나의 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대한민국을 대한민국답게 하는 특별하고 독립적인 속성을 뜻한다. 헌법에 준거할 때 그것은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입각한 한반도 유일 정통국가’ 개념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 최근 정체성을 강조하면 이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이념논쟁’ 또는 ‘색깔론’이라고 비방하고 폄훼하나 근거 없는 적반하장일 뿐이다. 위기에 부딪칠 때마다 우리의 본모습을 돌아보고, 특히 헌법에 구현된 국가이념을 재확인하는 일은 국민의 당연한 의무다.

현 정권은 대한민국 국가 정체성을 바꿔보려고 끊임없이 시도해왔다. 여권이 180여개의 거대 의석을 확보한 지금 헌법개정 재시도가 우려된다. 무엇보다도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삭제하려 하는데 자유가 없는 민주주의는 프롤레타리아 전정(專政)을 의미하는 ‘인민민주주의’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자유는 인간에게 도덕성과 효율성을 함께 부여해 행복으로 인도하는 덕목이다. 집권층의 지속적인 친노조·반기업 경향은 반자유·반자본주의 계급적 정체성을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또 대한민국 주도의 자유민주 통일에 역행하는 ‘흡수통일 반대’를 공언하고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해 대한민국의 한반도 유일 합법 정통성을 부정하는 태도도 잘못됐다. 북한 붕괴 시 주변 열강은 당사자임을 거부한 한국을 배제한 채 북한의 장래를 요리하려 들 것이다.

6·25전쟁 70돌을 맞은 지금 전쟁에 대한 성격 규정은 대한민국 국가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6·25는 김일성이 이오시프 스탈린의 승인을 얻어 도발한 남침전쟁임은 사료를 통해 입증된 명확한 사실이다. 이를 ‘통일전쟁’이라 해서 삼국시대에서 통일을 시도했던 것처럼 있을 수 있는 전쟁이라고 합리화하거나 ‘내전’이라며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침략에 맞선 자유민주주의 수호 전쟁의 성격을 희석시키는 것은 결국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일이다. 지난주 한 방송 패널은 6·25전쟁 때 백선엽 장군이 ‘민족을 향해 총을 쐈다’며 현충원에 묻혀서는 안 된다는 황당무계한 발언을 해 국민을 분노로 들끓게 했다.

북한 정권은 김일성을 추앙하는 자들만 민족 범위에 넣는 ‘김일성민족’론자들이다. 이에 따라 김일성 3대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민족 범위에서 배제된다. 우리는 북한의 가짜 민족론을 배격하고 자유민주·인권의 보편적 가치 위에서 7,000만 한민족의 대통일·대통합을 추진해야 한다. 핵무장에 기초한 김정은 권력의 대한민국 전복 위협에 확고히 맞서야 한다. 그렇다고 남북대화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국가 정체성 원칙을 지키면서 북한에 진정한 협상 의지가 있을 때 대화해야 한다.



같은 민족이라는 허상에 몰입돼 김정은의 폭정에 눈을 감거나 이를 옹호하면서 ‘항일’이라는 시대에 뒤진 잣대로 북한과 공동보조를 취하며 한미일 안보협력 관계를 해치는 것은 국가안보에 독이 된다. 일본 정권의 과거사 왜곡을 명확히 규탄하되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한일 안보협력의 시대적 과제를 선도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과도한 굴종이 남북공동연락소를 폭파한 김여정 이니셔티브 도발을 야기했고 그것이 곧 문재인 정부의 대북 ‘충성심 테스트’가 됐다는 한반도 전문가의 풍자를 곱씹어볼 때다.

북한 정권은 호시탐탐 우리 내분을 활용해 선전·선동을 획책한다. 북한 대남매체는 임종석·이인영 새 외교안보 라인에 기대감을 표하며 “한미훈련 싹 없애라”고 재촉했다. 전에 없던 대남 상층부 포섭 통일전선전략의 시동이다. 김일성의 ‘갓끈 이론’에 따라 미일과의 관계를 파탄 내려는 것이다.

전쟁영웅 백선엽 장군의 서거를 맞아 미 국무부는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위한 투쟁의 상징’이라는 깊은 의미를 부여했다. 대한민국 국군통수권자의 메시지 없는 침묵과 대비돼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모든 위기의 중심에 국가 정체성 상실이 있음을 웅변적으로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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