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가 성소피아 박물관을 모스크(이슬람 사원)로 전환하는 것을 두고 세계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 이슬람 최고 성직자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19일(현지시간) 이집트 매체 이집트투데이에 따르면 이집트의 이슬람 최고 성직자(그랜드 무프티) 샤우키 알람은 지난 17일 현지 방송 ‘사다 알발라드TV’와 인터뷰에서 “이집트 역사에서 교회가 모스크로 전환된 적이 없다”며 성소피아 박물관의 모스크 전환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이슬람교 신자들)는 교회들을 보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며 “선지자 무함마드는 전쟁에서도 사원을 파괴하지 말고 수도자들을 죽이지 말라고 권고했다”고 덧붙였다.
샤우키 알람의 이 같은 비판은 리비아 내전을 둘러싸고 이집트와 터키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제기됐다. 지난 16일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수도 카이로에서 리비아 동부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 리비아국민군(LNA) 사령관을 지지하는 부족 지도자를 만나자, 바로 다음날인 17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리비아통합정부(GNA)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맞불을 놨다. 유엔이 인정하는 GNA는 터키와 카타르의 도움을, 동부 유전지대를 차지한 LNA는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러시아 등의 도움을 받고 있다.
성소피아 박물관은 두 종교의 역사가 혼종하는 독특한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연간 400만명이 찾는 터키 최대의 관광 명소다. 537년 동로마제국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가 대성당으로 건립했지만, 1453년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제국에 함락된 후 제국 황실의 모스크로 개조됐다. 이후 세계 1차대전으로 제국이 멸망하자 터키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는 내각회의에서 성소피아를 박물관으로 전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 10일 터키 최고행정법원은 성소피아의 ‘지위’를 박물관으로 정한 아타튀르크 내각회의의 결정을 취소, 같은 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성소피아 박물관을 모스크로 전환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를 두고 세계 곳곳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유럽연합(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유감의 뜻을 밝힌 데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도 지난 12일 “성소피아를 떠올리며 깊은 슬픔에 잠긴다”며 우려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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