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사가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로 부활하면서 이재명계 의원들과 고 박원순 시장과 함께 했던 의원들의 엇갈린 운명이 주목받고 있다. 이 지사가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하면서 더불어민주당 내 이재명계의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구심점을 잃은 박원순계 의원들은 당내 주요 대권후보를 중심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게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현재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인사로는 4선 중진인 정성호(경기 양주) 의원을 비롯해 재선 김영진(경기 수원병)·김병욱(경기 성남분당을), 초선 이규민(경기 안성) 의원 등이 꼽힌다.
정성호 의원은 이 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로 지난 2017년 대선 후보 경선 때 이재명 캠프의 총괄 선대본부장을 맡았다. 김영진 의원과 김병욱 의원도 당시 캠프에서 활동하는 등 이 지사의 지원군 역할을 했다. 이규민 의원은 2018년 지방선거 승리 이후 경기도지사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다.
재선인 김한정(경기 남양주을) 의원과 도의원 출신인 재선 임종성(경기 광주을) 의원도 이 지사와 가까운 편이다. 김 의원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의 문제를 진단하는 ‘토론회’를 잇따라 개최하는 등 이 지사 구명을 위해 힘써왔다. 임 의원도 이 지사의 성남시장 선거와 도지사 선거에서 조직을 지원하는 등 인연이 남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원외 인사로는 이종걸·유승희·제윤경 전 의원이 인연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는 당분간 도정에 집중하며 코로나19 극복에 초점을 맞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기본소득 논의를 전개하는 등 정치적 보폭을 확대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소병훈 의원과 허영 의원이 관련 모임을 이끌고 있어 정책 토론회 등을 연결고리 삼아 당내 기반을 넓힐 가능성도 있다.
반면 10여 명에 달하는 박원순 계 의원들은 주요 대선주자들의 영입 제의를 받으며 각자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위시한 ‘GT계’와 손학규 계, 안희정 계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GT 계는 김 전 의장 별세 후에도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모임을 지속해왔지만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 후보 결정에 실패해 문재인·김두관·손학규 등 각 대선 경선 후보 캠프로 분산됐다. 손학규 전 대표와 안희정 전 지사와 각별했던 의원들 역시 당직을 맡으며 친문으로 편입되는 등 재빠르게 새 둥지를 찾았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박원순 계에 분류됐던 의원들은 서울시나 시민단체 등에서 함께 일하며 계파를 형성한 만큼 대서 정국에서 자연스럽게 흩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이재명 지사 측과는 공통분모가 특별히 없어서 이재명 계로 합류되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면서도 “다른 당내 대선주자에 비해 이 지사는 자기 계파로 불리는 의원이 적다 보니 캠프 내에서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을 내다보고 친 이재명 노선에 합류라려는 의원들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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