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학을 준비하는 중국의 학생들이 미국을 등지고 영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유학생에 비우호적 정책,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불안해진 치안 등의 이유로 중국 유학생들이 미국이 아닌 영국행을 선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해외 유학 기관 티임스핀의 김왕 컨설턴트는 “지난 2년간 미국이 아닌 캐나다, 영국, 호주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크게 증가했다”며 “그 중 영국 대학 지원자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미 대학 등록 국제유학생 34%가 중국 국적자 |
최근 발표한 미 교육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은 72만명에 달한다. 미국 내 외국인 유학생 중 중국인 유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단연코 1등이다.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지난 2018∼2019학년 기준으로 미 대학에 등록한 국제 유학생의 34%가 중국 국적자로 그 수는 37만명에 육박한다.
그러나 최근 중국 내에서 미국보다 영국을 유학지로 선호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올해 처음으로 미국 제치고 영국이 해외유학 1위로 올라서 |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 학생들 중 42%가 영국에서 공부하기를 희망했다. 반면, 37%의 학생들만이 미국에 가고 싶다고 답했다
4년 전과 완전히 뒤바뀐 모습이다. 4년 전 같은 조사에서 영국을 희망하는 학생은 30%에 그쳤다. 미국을 희망하는 학생은 46%로 훨씬 많았다.
코로나19유행·치안 불안 등 미 유학 망설이거나 입학 포기 |
SCMP는 한 중국인 유학생과의 인터뷰를 현지 분위기를 소개했다.
해외 유학을 준비 중인 중국인 유학생 두안은 올해 미국 아이비리그 코넬대학교에 석사 입학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4월 미국 내 코로나19 대유행이 절정에 달하자 입학을 포기하고 유럽 대학에 지원했다.
두안은 “코로나19 대유행 외에 유학생에 비친화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불안해진 치안 등이 미국으로의 유학을 망설이게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러면서 “주변 친구들도 미국 유학을 포기하고 싱가포르나 영국 같은 유럽으로 목적지를 바뀐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반중 정책이 중국 유학생 불안 조장…영국행으로 돌아서 |
일각에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중 감정에 따른 각종 정책이 중국 유학생들의 마음을 돌리는데 불을 지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유학생 취업 제한, 비자 취소 등 조치 등의 이민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의 자치권 침해에 관련된 중국과 홍콩의 관리들에 대한 제재도 하겠다고 밝혔는데, 미 언론들은 이 같은 조치가 중국 군과 연관되는 미국 내 중국인 대학원 유학생 수천명을 추방할 수 있는 근거라고 보도하며 중국 유학생들의 불안은 커져만 갔다.
사실 중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비자제한 조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 행정부는 지난 2018년 로봇, 항공, 첨단 제조업 등의 분야에서 연구하는 중국 유학생의 비자 유효기간을 5년에서 1년으로 단축한 바 있다.
이런 탓에 많은 미국 대학들이 유학생 감소를 우려해 입학 자격을 완화하며 미국행을 독려하고 있지만 영국을 택하는 학생들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SCMP는 전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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