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를 상대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피고소된 사실이 유출된 경위를 추궁했다. 또 서울지방경찰청이 경찰청으로, 경찰청이 청와대로 보고하는 과정에서 피소 사실이 유출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는 사건 인지 당시 부산지방경찰청장이었던 김 후보자가 ‘늑장 수사’를 한 것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수영 미래통합당 의원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보고 계통도가 그려진 패널을 들어 보이며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여청계, 여청과, 생활안전국, 차장, 청장, 본청에서 똑같은 절차를 거쳐 청와대 국정상황실로 보고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서 유출되지 않은 것이 확실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 후보자는 “경찰이나 청와대에서 유출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재차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고발이 이뤄졌는데 수사 결과 경찰에서 유출됐다는 결론이 나오면 어떻게 책임지겠느냐”고 묻자 그는 “유출자 조치 등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심지어 김 후보자는 “경찰에서 유출됐다면 경찰청장이 직을 걸고 책임져야 한다”는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경찰의 잘못이 있으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 책임을 지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활빈단 등 일부 시민단체는 지난 14~15일 경찰청·청와대·서울시 관계자를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제출했다. 검찰은 17일 총 5건의 고발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에 배당했다. 형사2부는 이 사건을 직접 수사할지, 경찰에 맡기고 지휘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박완수·이명수 통합당 의원도 피소 사실 유출 문제를 파고들었지만 김 후보자는 그때마다 “유출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에 고소가 됐기 때문에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며 답변을 갈음했다. 이 의원이 “경찰이 수사할 의지는 없나”라고 되묻자 “수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해야 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또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고 박 전 시장 휴대폰에 대한 통신영장을 신청했다면 통신영장이 발부됐을 것이라며 사실상 통신영장 기각 책임을 경찰에 묻기도 했다.
야당 의원은 또 경찰청이 피소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한 것과 관련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며 관련 근거가 무엇인지를 따졌다. 범죄수사 규칙에는 청와대에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는 게 야당 의원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외부기관으로의 보고는 범죄수사 규칙과 치안상황실 규칙 등을 준용해 하고 있다”며 “향후 규칙을 제정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외에도 박수영 의원은 오 전 시장에 대한 수사가 늑장 수사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고 박 전 시장 피해자 진술은 신고 당일 바로 받았는데 오 전 시장 피해자 진술은 사건 발생 43일 만에 받았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김 후보자는 “오 전 시장 사건의 경우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가 사건을 인지했다. 증거를 수집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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