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코로나 19가 영화계에 남긴 상처는 컸다. 올 상반기 극장 관객 수와 매출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줄어 들었다.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IMAX, 4D 등 특수 상영관 매출은 더 큰 폭으로 줄었다. 할리우드 대작 개봉이 줄줄이 지연된 탓이다. 하지만 4월 최저점을 찍은 후 6월 들어 연이어 지각 개봉한 한국 영화들이 관객을 다시 불러 모으기 시작하면서 극장가는 한숨 돌렸다.
21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상반기전체 극장 관객 수는 3,241만 명, 매출액은 2,73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0.3%, 70.6%가 감소한 수치다. 국적별로는 한국 영화 관객 수가 64.9% 줄어들었고, 외국 영화 관객 수는 76.3% 감소했다. 매출액은 각각 64.5%, 77.1% 줄었다.
3D·4D·IMAX·ScreenX 등 특수상영관에서 영화를 보 관객 수는 60만 명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 특수상영관 매출은 전년 대비 87.3%나 급감한 64억원에 그쳤다.
■최악의 달 4월…주말 관객 10만 밑돌기도
최악의 달은 4월이었다. 관객 급감, 개봉 연기, 극장 축소 운영의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4월 관객 수는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 달 동안 극장을 찾은 사람이 100만명도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일 최저 관객 1만5,429명(4월 7일), 주말 최저 관객 9만8,695명(4월 둘째 주말) 기록도 모두 경신했다.
또한 4월에는 일 평균 스크린 수 1,834개, 일 평균 상영횟수가 5,379회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는 올 1월의 일 평균 3,064개, 일일 평균 상영횟수 1만9,635회와 비교하면 크게 축소된 수준이다.
다행히 4월은 바닥이었다. 4말5초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조금씩 분위기가 살아났다. 이어 6월 들어 영진위가 배포한 목금토일 할인권이 ‘침입자’ ‘결백’ ‘사라진 시간’ ‘#살아있다’ 등 한국 영화 릴레이 개봉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냈다. 이에 6월 관객 수는 전월 대비 13배 가까이 증가한 278만 명을 기록하며, 극장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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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흥행 1위는 ‘남산의 부장들’
올 상반기 흥행 순위 1위는 한국영화 ‘남산의 부장들(475만명)’이었다. 2위는 같은 날 개봉한 ‘히트맨’이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기 직전 개봉한 덕분에 된서리를 피했다. 외국 영화 중 1위를 차지한 ‘닥터 두리틀(161만명)’ 역시 코로나 이전 개봉작이었다.
코로나에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던 극장가에 산소 호흡기 역할을 해준 영화는 재개봉작들이었다. 개봉 예정작들이 줄줄이 일정을 미루면서 생긴 빈 자리를 이들이 대신했다. ‘위대한 쇼맨(28만3,000명)’, ‘라라랜드(13만6,000명)’ 등이 극장으로 관객을 이끌었다. 상반기 독립·예술영화 흥행 순위 1위는 ‘프리즌 이스케이프(21만 7천 명)’였다.
배급사별 점유율 1위는 롯데컬처웍스·(주)롯데엔터테인먼트가 차지했다. ‘히트맨(241만 명)’, ‘천문: 하늘에 묻는다(103만 명)’, ‘#살아있다(119만 명)’ 등 7편을 배급한 롯데가 모은 관객 수는 477만 명, 관객 점유율은 14.7%였다. 지난 해 상반기 점유율 1위였던 디즈니는 배급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올 상반기 6위로 떨어졌다.
한편 하반기 극장가는 상반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기가 돌고 있다. 영화 ‘반도’가 개봉 1주일 만에 200만 관객을 끌어 모았다. 이는 올 개봉작 중 가장 뛰어난 성적이다. 이어 ‘강철비2’,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이 여름방학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 방역 수칙이 작동하고 있어 극장이 예년의 분위기를 되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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