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 당대표 출마설’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의 막바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우원식·홍영표·송영길 의원 등 당 대표 후보들이 연이어 불출마를 선언하며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의 양자 대결로 점쳐지던 중 박주민 의원이 막판 출마 가능성을 드러낸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의원이 친문 세력을 등에 업고 차기 서울시장 출마를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박 의원은 20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 선거에 나가느냐’는 질문에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늦어도 내일(21일) 오전까지 결심해야 할 것”이라며 “쉬운 문제가 아니니까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후보 등록 기간을 고려해 21일까지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아직 (당권 도전에 대한) 결심을 못했다. 결심하게 되면 왜 그런 결심을 했는지 소상히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박 의원의 결정에 정치권은 우선 “예상 외”라는 반응이다. 4선 이상 당대표 후보들이 모두 불출마 의사를 밝힌 상황에 재선인 박 의원이 출마 의향을 밝혔기 때문이다.그러나 박 의원은 가까운 의원들과 출마 여부에 대해 이미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초선 의원은 “박 의원이 대표 출마 가능성을 꺼낸 것은 4~5일 정도 됐다. 우리끼리 ‘박 의원이 나가면 어떨까?’ 라고 했던 게 현실화됐다”고 전했다.
박 의원의 출마는 ‘친문’ 표심을 잡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직접 영입한 인사다. 당시 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신친문’의 대표 주자인 셈이다. 또 21대 총선에 ‘친조국’을 표방하고 등장한 김남국 의원, ‘검찰개혁’을 내세운 김용민 의원 등 초선들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박 의원은 현재의 지도부를 선출했던 2018년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중 1위(21.28%)로 지도부에 입성하기도 했다. 당시 박 의원이 당선된 데는 권리당원들의 영향력이 컸다. 권리당원 지지율이 27.04%에 달했다. 2위 박광온 의원(총 득표율 16.67%)보다 10.58%포인트 높은 수치다. 박 의원이 출마할 경우 친문 표심이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으로부터 이동할 수도 있다.
박 의원이 낙선하더라도 ‘서울시장’ 출마를 위한 포석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박 의원이 출마하면 ‘전국구’ 의원이 될 수 있다. 최근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이 출마를 결정하면 문재인 대통령·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가 당대표 자리를 두고 겨뤘던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전당대회와 비슷한 흐름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문 대통령과 박 후보자는 빅2로 간주됐고, 이 후보자가 ‘젊은 리더십’을 대표하는 다크호스로 분류됐다. 이 의원과 김 전 의원이 빅2, 박 의원이 ‘차세대’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구도가 만들어진다.
박 의원과 가까운 한 초선 의원은 “이낙연 의원은 대선 후보로서 당내 리더십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면 김부겸 전 의원은 대선 경선과 지방선거를 관리하는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의미 부여가 있다. 박 의원의 고민도 있을 텐데, 본인의 입지 선정을 고민해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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