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창고에서 대형화제가 잇따르고 있다.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물류창고 화재’ 발생 이후 석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용인 물류창고에서 또다시 대형화제가 발생했다. 이번 화제로 5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입었다.
화재가 난 용인 SLC 물류센터는 지하 5층에 지상 4층, 연면적 11만 5,000여㎡ 규모로, 2018년 12월 준공됐다. 화재 당시 모두 69명이 근무하고 있었고, 대부분 오뚜기물류서비스 등의 저온창고가 위치한 지하 4층에서 일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불길은 오전 8시29분께 처인구 양지면 제일리 소재 SLC 물류센터 지하 4층에서 시작됐다. 해당 층에서는 냉동식품을 화물차에 싣는 작업이 한창이었고, 갑자기 화물차에서 ‘펑’ 소리와 함께 연기가 번져나가면서 불길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5명은 모두 지하 4층에 있다가 미처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불이 난 장소가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지하인 탓에 사망자들이 연기에 갇혀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물류창고는 특성상 공간이 밀폐된 데다 화염에 취약한 물건들이 대량으로 쌓인 경우가 많아 화재가 나면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퍼져 인명피해가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용인 물류센터 외벽을 보면 연기가 뿜어져 나온 주변으로 새까맣게 그을린 흔적이 선명하다. 불은 화재 발생 2시간 만인 오전 10시30분께 초진(불길을 통제할 수 있고 연소 확대 우려가 없는 단계) 됐지만, 건물 안은 여전히 연기로 가득 찬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명확한 화재 원인 등이 조사되지 않아 이천 한익스프레스 사례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물류창고라는 닫힌 공간에서 초 단위로 퍼지는 유독 연기의 위험성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천 화재는 용접 작업 중에 우레탄폼에 튄 불티 때문에 발생했고, 사망자 대부분이 갑자기 퍼진 유독가스 연기를 피하지 못해 숨졌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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