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 주입량의 5%만 써도 10분 뒤면 병변 확인 가능
21일 한국연구재단과 고려대구로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의 김현구 흉부외과 교수와 박지호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팀은 인도시아닌 그린을 호흡기를 통해 폐암 모델 소형·중형동물에 흡입시킨 뒤 폐를 해부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수술로 잘라낸 폐암 환자의 폐 조직에서도 암과 정상조직 간 경계면이 뚜렷하게 구분됐다.
연구팀이 인도시아닌 그린 0.25㎎/㎏(정맥주입량의 약 20분의1)을 생쥐와 토끼의 호흡기를 통해 흡입시켰더니 정상 폐포(허파꽈리)에는 잘 퍼져 형광현미경으로 보면 녹색 형광을 띠었다. 흡입된 형광조영제는 주로 정상 폐포의 대식세포에 분포했다.
하지만 폐포 구조가 망가진 폐암 조직에는 인도시아닌 그린이 거의 도달하지 않아 검게 보였다. 형광을 띠는 정상 폐포와 어두운 폐암 조직 간의 형광강도 차이는 2배 이상 벌어져 경계면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었다. 폐암 탐색효율도 2배 가까이 높아졌다.
인도시아닌 그린이 호흡기를 통해 상당 부분 폐로 가기 때문에 전신으로 퍼지는 정맥 주입 방식의 20분의1만 사용해도 되고, 다른 장기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 흡입 후 10분부터 24시간까지 폐암 병변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김현구·박지호 교수팀…정상조직 절제·합병증 최소화 가능
반면 같은 양의 인도시아닌 그린을 정맥 주입했을 때는 폐암 조직과 정상 조직 간 형광 차이가 거의 나지 않았다. 암환자에게 인도시아닌 그린을 정맥으로 주입하면 암조직에 축적되는 경향이 있어 이를 토대로 한 폐암탐색 기법이 개발됐지만 많은 양을 사용해야 하고 전신적 부작용 우려가 있다. 또한 암 조직에 축적되기까지 하루 가량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암세포 주위 투과력이 높은 혈관으로 흘러들어가는 경향이 있어 폐암 탐색 기법으로 제안됐지만 조영제는 전신으로 퍼지기 때문에 부작용 우려가 있다. 또 암 조직에 쌓이기까지 하루 정도 기다려야 한다.
김 교수는 “인도시아닌 그린의 호흡기 안전성이 확인되면 폐암 수술 전 호흡기로 흡입시켜 암과 정상 조직의 경계면을 보면서 정상 폐 조직 절제와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흡입 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기 위해 독성 연구를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사협회(JAMA)가 발행하는 외과분야 국제학술지(JAMA surgery)에 발표됐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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