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기금은 매년 적립금을 남기는 등 단기 재정 건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특수고용직(특고) 편입 대상이 확대되고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고용보험 이후의 대체 사회안전망’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사회안전망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 만큼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려면 중장기적 재원대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산재보험은 지난 2018년 2조442억원, 지난해 1조6,176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산재보험에서 지출되는 요양급여(4일 이상 요양 중인 산재 환자에게 치료비 지급)·휴업급여(요양으로 취업하지 못한 기간에 1일당 평균임금의 70%를 지급)를 판단하는 기준이 ‘업무상 재해’로 엄격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정부의 사회안전망 정책 강화 드라이브로 산재보험 적용 특고 업종이 늘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2008년 보험설계사·학습지교사 등 4개 업종에 적용되며 시작된 ‘특고 산재보험 편입’은 이달부터 방문판매업, 대여제품 방문점검원, 방문교사, 가전제품 설치기사, 화물차주까지 총 14개 업종으로 대폭 확대됐다. 산재보험 적용 특고 종사자도 49만명에서 76만4,000명으로 늘었다.
문제는 이들 중 많은 수가 ‘덜 내고 더 받는’ 구조에 편입됐다는 점이다. 산재보험의 두 축은 요양급여와 휴업급여다. 휴업급여는 평균임금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면 최저임금액(일 8시간 기준)을 받을 수 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휴업급여 역시 따라 오르는 구조다. 사회보험의 성격상 고용 안전망의 성격을 가미한 것이지만 소득주도 성장으로 3년간 최저임금이 33%나 급등한 상황에서 지출 부담도 덩달아 커졌다.
새롭게 편입된 특고의 경우 대체로 평균임금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한다. 올해 휴업급여 최저보상기준은 6만8,720원으로 방문판매원(5만3,250원, 11만명), 대여제품 방문점검원(4만6,400원, 3만명), 방문교사(3만3,877원, 4만3,000명)의 평균임금이 이에 미치지 못한다. 새롭게 편입된 27만4,000명 중 18만3,000명이 보험료 부담보다 산재보험의 혜택을 더 받는 구조에 편입된 셈이다.
코로나19 쇼크로 고용 불안감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제조·건설업의 경우 반복적인 작업으로 만성 근골격계 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다. 경기 침체기에는 초기에 구직급여를 받고 수급기간이 끝나면 산재를 신청해 업무상 재해를 다투는 사례가 생기는 만큼 산재보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고용노동부는 “아직 통계상으로 코로나19가 산재 신청 건수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13일 발표된 ‘6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제조업 부문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5만9,000명 감소해 1998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반기 제조업 부문의 고용 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면 고용보험에서 산재보험으로 타격이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앞으로도 문재인 정부의 사회안전망 강화 정책은 산재보험과 계속 맞물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후반기 일자리정책 추진 방향에서 ‘플랫폼종사자의 산재보험 적용·징수체계 마련’을 포함시켰다. 거래건별로 사업주와 종사자가 일정 비율을 산재보험료로 징수하는 방안인데 이해당사자 간 충돌도 예상되는데다 중장기적 재원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연간 산재보험 지출액은 2017년 5조3,078억원에서 지난해 6조4,496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세종=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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