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에 투자해 엄청난 수익을 거뒀다는 경험담은 3~4년 전 이후로 끊겼지만 이를 미끼로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광고는 지금도 여전하다. 여전히 다단계 금융 피라미드 사기에 암호화폐는 좋은 미끼다. 이제는 이미 상장된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글로벌 업체에 투자하라는 식으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끈다. 미국의 유명 비트코인 투자사 이름을 끌어들인 김모씨와 박모씨도 그런 인물들이었다.
지난 2018년 1월 미국의 비트코인 투자업체 R사의 한국 공동대표이자 최상위사업자를 자처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김씨와 박씨는 R사의 최고경영자, 아시아 지사장, 한국 조직팀장 등과 한국사업자 대표계약을 맺고는 이들을 초대해 전국에서 사업설명회를 하며 투자자들을 모았다. 이들은 R사가 암호화폐의 원조 격인 비트코인에 10년 이상 투자하며 경험을 쌓았으며, R사의 최고경영자가 관리하는 자산만 50억 달러에 달한다고 선전하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이들은 R사가 운영하는 비트코인 선물거래 상품에 투자할 경우 250일이 지나면 원금을 회수하고 300일이 지난 시점부터 55~115%의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는 하위 투자자들을 데려오면 이들이 투자한 금액의 3~10%를 직급수당으로 보장하고, 누적 투자금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실적에 따라 직급을 부여하고 수당을 주겠다고 꼬드겼다. 전형적으로 암호화폐를 매개로 한 다단계 금융 피라미드 수법이었다.
R사에 직접 투자하라는 식으로 투자자들을 현혹하기도 했다. 이들은 비트코인을 사서 R사에 직접 등록하면 그 다음날부터 수익이 나온다며 투자금 대비 월 9%의 수익을 올려주겠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렇게 두 사람이 모은 돈이 약 824억원에 이른다.
이들의 선전과 달리 R사는 수익을 낸 적이 없었다. 투자금을 받아 비트코인에 투자한 적도 없었다. 유일한 수입원은 투자자들을 유치해서 받은 자금이었다. 새로 투자자를 모아서 받은 돈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높은 수익을 지급했다. 소위 ‘돌려막기’였다. 후순위 투자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지 않는 한 원금과 추가 수익을 줄 방법이 없는 구조였다. 결국 2018년 12월부터 투자자들에 대한 출금이 정지됐고, 투자자들은 고스란히 돈을 날렸다.
이에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준혁 판사는 김씨에게 징역 4년6개월, 박씨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두 사람은 R사가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약정된 수익을 보장할 수 없다는 걸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지만 투자자들에게 적극 권유했다고 재판부는 판시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공모해 피해자들을 상대로 원금 보장 및 고수익이 가능한 것처럼 기망해 거액의 투자금을 편취했다”며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미필적 고의인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덧붙였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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